얼마 전 감자서리와 참외서리를 할 때 지켜야 할 금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러자 누군가 좀 더 세게 닭서리 같은 것은 해보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왜 없었겠는가 만은 닭서리야말로 범죄와 장난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이루는 서리다. 지켜야 할 것들이 다른 어느 서리보다 많고 엄격하다.우선 한 동네 촌수 가까운 대소가를, 그것도 잘 사는 집만 골라서 서리해야 한다. 그래야 속으로는 아까워도 겉으로는 한 집안 조카들의 장난이 되는 것이다. 시기도 농사 바쁜 철은 안 되고 오직 겨울 한철인데, 한 번 서리한 집을 다시 뒤지면 안 된다. 전체 회수도 한해 두세 번을 넘지 않도록 한다.
마지막이 중요하다. 서리를 하다가 주인의 기척이 있으면 더 이상 놀라지 않게 "놀러 왔다가 그냥 갑니다"하고 소리를 지르고 무조건 철수해야 한다. 성공했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장난이고 응석이란 점을 강조하여 울 밖에서 "참의댁 집 아재, 닭 잡아줘서 고맙습니다"하고 먼저 큰소리로 인사를 하고 나온다.
그러나 이렇게 자세히 가르쳐준들 무엇 하겠는가. 이제는 더 이상 서리할 닭도, 그것을 잡아갈 시골의 조카들도 없는데......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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