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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김영진과 극장가기-'스파이더맨2'와 '무간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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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김영진과 극장가기-'스파이더맨2'와 '무간도3'

입력
2004.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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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이 전편을 능가하지 못하는 것은 영화업계에서 잘 알려진 속설이지만 항상 들어맞는 말은 아니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2’는 속편 제작의 모범은 이래야 한다는 전례가 될 만하다. 제작진은 전편의 매력은 늘리되 전편에서 모자랐던 것은 보충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했던 ‘매트릭스’ 시리즈처럼 겉 멋 들린 자기도취에 휘둘리지 않았다는 증거다.스펙터클의 볼거리를 젖혀놓고 말한다면, ‘스파이더맨’의 성공 비결이 피터 파커라는 왜소한 젊은 영웅의 매력에 있다는 것을 이 속편은 잘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평상시에는 소심한 청년 거미인간은 미국 코믹 북에 뿌리를 둔 종래의 대중문화 영웅과는 이미지가 다르다.

슈퍼맨처럼 외계인도 아니고, 배트맨처럼 억만장자도 아니며, X맨처럼 특이체질을 지닌 돌연변이도 아니다. 도시 노동자 가문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사회 초년병에 불과하다. 실수의 연속으로 사회초입 경험에서 허둥대는 이 남자를 보며 관객은 쉽게 친근감을 느낀다.

물론 이 청년이 거미 인간으로 변신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스파이더맨은 거미줄을 이용, 엄청난 속도로 도시 마천루를 활강하면서 확실한 공간감을 관객에게 전한다. 관객이 스파이더맨과 함께 하는 유사 고소공포증을 느끼게 만든다. 그것은 롤러코스터 시승 경험과 비슷하다.

전편은 1.85대1의 화면 비율을 사용했지만 속편은 와이드 스크린 비율 즉 2.35대1을 채택함으로써 빌딩과 빌딩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는 스파이더맨의 수평적 움직임을 속도감 있게 잡아낸다. 대작영화 감독으로 이름을 날리기 전, 시각적 개그에 가까운 카메라 움직임으로 B급 영화계 스타일리스트로 고정 팬을 확보했던 샘 레이미 감독의 개성이 자연스레 묻어나온다.

무엇보다 ‘스파이더맨2’는 평범한 청년이 사회의 단 맛, 쓴 맛을 보며 성숙해간다는 고전적인 성장영화의 틀을 취하면서도, 가공할 액션 스펙터클을 통해 이토록 어린 남자가 세계를 구하는, 어쩌면 어른들의 탐욕으로 전 세계가 바람 잘 날 없는 오늘날의 미국정세에 대한 그럴 듯한 비유까지 곁들인다.

홍콩판 ‘대부’를 겨냥한 야심 찬 3부작의 총결산판 ‘무간도3-종극무간’(이하 ‘무간도3’)은 1, 2편을 아우르면서도 더 큰 욕심을 드러낸다. 방대한 이야기 규모를 갖춘 이 시리즈는, 홍콩의 내로라 하는 스타가 총망라된 올스타 캐스팅의 힘을 입고 홍콩 영화산업을 몰락시킨 주범인 엉성한 날림 제작의 관행을 처절하게 반성하는 가운데 질 높은 영화제작으로 뭔가 새로 시작하고 싶어하는 홍콩 영화계의 의지를 드러낸다.

‘무간도3’은 2편에서 사라졌던 류더화와 량차오웨이를 다시 불러오고 1, 2편의 후일담에 2003년의 현재 시간을 덧붙인다. 삼합회 갱단 출신 두 남자가 경찰과 깡패로 살면서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애쓰는 이 영화에서 볼 만한 것은 어떻게 폼을 잡아도 근사한 배우들의 매력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서로 물고 물리는 고행의 연속만이 되풀이되는 지옥이라는 걸 말하고 있는 가운데, 이 영화는 본래 선과 악은 한 인간 얼굴의 다른 표정이며 삶도 그렇다는 것을 비장감을 실어 묘사한다. 이게 웬 구닥다리 설교냐고 하겠지만 연출과 연기 모두 일급인 덕분에 탄탄한 플롯을 바탕으로 관객에게 몇몇 지우기 힘든 인상을 남기고 있다.

김영진/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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