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탄핵방송 심의에 각하 결정을 내렸다. 방송관계법령에 따라 다수 프로그램에 대한 포괄적 심의는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다. 허탈한 가운데 하나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됐고, 공정성 여부 역시 미완의 숙제로 남게 됐다.이번 사안에 대한 방송위의 대응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부정의 연속이었다. 자신이 감당할 일을 중요사안이라는 이유로 한국언론학회에 떠넘겼고, 학회 분석이 부담스럽게 나오자 우왕좌왕했다. 결국 최종 판단에서는 이틀에 걸친 긴 회의와 격론 끝에 '각하'라는, 제3의 길을 택했다. 방송관계법 조항이 그렇다면 현재로선 수긍할 수밖에 없겠으나, 해당없는 사안을 붙들고 2개월간 불필요하게 사회적 에너지를 소모시킨 꼴이다. 국가기관으로서 무능했고, 또한 무소신과 무원칙을 드러낸 것이다. 방송위가 각하 결정을 내렸어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논란에 따른 사회적 분열을 봉합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탄핵방송의 공정성 여부에 대한 관심 자체가 뜨겁고 시각차도 커서 논란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다. 각하 결정의 적법성에 대한 새로운 논란이 제기될 소지도 크다. 또한 각하 결정으로 모처럼 방송 현장이나 방송학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제기준 마련의 길이 막힌 점도 아쉽다.
방송이 한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기는 하나, 이번이 제도개선의 기회가 될 수는 있다. 공정성 기준과 심의제도, 방송위 구성방식 등에 대한 원론적 재검토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은 방송위원 9명 중 3명은 대통령이, 6명은 국회에서 각 정당의 몫을 고려하여 추천한다. 방송위 구성 때마다 정치적 이해 관련자보다는 전문성과 직능 대표성을 갖춘 사람을 추천하라는 소리가 나오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언론개혁을 한다면 이 문제도 짚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