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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정서 살피지 않은 의문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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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정서 살피지 않은 의문사위

입력
2004.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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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남파간첩과 빨치산 출신 비전향 장기수 3명의 전향 거부투쟁과 죽음을 민주화 운동관련 의문사로 인정한 것은 딜레마와 같은 고민을 우리 사회에 안겼다. 반인권적 사상 전향 강요가 헌법이 보장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짓밟은 어두운 시절의 과오라는 점은 전향 제도 폐지를 통해 외형상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우리 체제와 이념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은 이들의 투쟁이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는 데는 망설이거나 분노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이 명백한 괴리를 좁히려면 사회 모두가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먼저 생각할 것은 국가사법제도의 인권우선 원칙을 확립한 기념비적 사례들은 개인의 범죄행위와 헌법적 이상을 따로 떼어 고민한 성과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피의자의 권리를 확립한 미란다 원칙을 낳은 미란다는 상습 범죄자였고, 이 원칙을 천명한 판결로 풀려난 뒤에도 범죄를 거듭하다가 죽었다. 이에 비춰 보면 고문을 동원한 전향 강요를 반인륜적 악행으로 규정하면서, 비전향 장기수들의 체제부정 범죄를 새삼 거론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는 측면이 분명 있다.

이렇게 볼 때, 보수와 진보 모두 현실적이면서도 열린 자세로 이 문제를 토론해야 한다. 이를테면 의문사 인정이 이들을 민주화 유공자로 만든 망발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의문사위의 취지와 어긋난다. 의문사위의 활동 목적은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그릇된 과거 청산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투쟁이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인권보호 수준을 높였다고 해서,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공인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의문사위는 인류보편의 가치와 헌법적 이상에 무게를 둔 셈이지만, 다수 국민의 정서와 합치할지를 좀더 숙고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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