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 민주당과 공화당이 제 3의 후보로 뛸 '소비자 운동의 기수' 랠프 네이더(사진)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네이더는 박빙의 승부였던 2000년 대선 때 진보층의 표를 잠식,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었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도 네이더가 똑 같은 효과를 낼 것을 우려해 네이더 '죽이기'에 부심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존 케리 상원의원과 경쟁했던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가 9일 미 공영라디오(NPR)의 토론 프로그램에 네이더와 함께 출연, 그에 대한 정면 공격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보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딘은 네이더를 지지하는 것은 곧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라고 호소할 예정이다.
네이더는 이에 대해 "나의 출마는 유권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줌으로써 민주주의를 생기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 틈새에서 공화당 진영은 네이더의 후보 등록을 측면 지원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미 대선에서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각 주별로 일정한 수의 유권자 지지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주별 정족수 확보가 여의치 않은 네이더를 위해 공화당 지지자들이 서명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애리조나주의 경우 네이더 지지 서명자 중 46%가 공화당원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경향은 현재 부시와 케리가 백중세를 보이고 있는 주에서 더욱 뚜렷하다.
오리건주와 위스콘신주에서는 보수 단체들이 부시 지지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네이더 후보 지명 대회에 참석할 것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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