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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의 역습' 세계가 술렁술렁/후세인 법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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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의 역습' 세계가 술렁술렁/후세인 법정신문

입력
2004.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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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는 내가 아니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강변으로 1일 세기의 재판은 시작됐다.후세인이 모든 혐의를 부인한 첫 재판은 이라크전의 국제법적 의미, 사형을 종착점으로 하는 재판의 법 절차적 문제 등에 관한 국제적인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이라크 국민과 국제사회는 재판에 대해 미묘하게 반응, 미국과 임시정부가 의도하지 않는 정치적 결과에 직면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거침없는 후세인

바그다드 미군기지 캠프 빅토리에 마련된 임시 법정에 나온 후세인은 무척 수척했고, 입정 직후 눈길을 어디에 둘지 모르는 등 불안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내 자신감을 찾았고, 급기야 재판부와 미국에 대해 분노와 경멸을 드러냈다.

그는 신분을 확인하는 판사에게 "나는 사담 후세인이고, 현직 이라크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은 범죄자 부시가 선거를 위해 만든 극장식 코미디 쇼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고 쏘아붙이며 전쟁을 통해 자신을 축출한 미국을 비난했다.

그는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 중 하나인 1990년 쿠웨이트 침공에 대해 "이라크 여자를 매춘부로 팔아 넘기려는 미친개(쿠웨이트)로부터 이라크를 보호한 것"이라고 항변하다가 거친 말을 쓰지 말도록 주의를 받았다.

88년 쿠르드족 학살에 대해서는 "TV를 보고 알았다"며 오리발을 내민 뒤 "내 혐의가 대통령으로서 행한 사실이기 때문에 대통령 직위를 빼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는 변호사 선임 여력을 질문 받고는 "미국에 따르면 나는 스위스 은행에 수백만 달러를 갖고 있는 데 충분히 여유가 있을 것"이라며 능청을 떨었다. 퇴정하면서 그는 군인들에게 "조심해 나는 늙은이라구"라며 배려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라크 국민과 국제사회의 반응

재판을 지켜본 이라크인들은 호기심, 환호, 향수 등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바그다드의 한 요리사는 "그는 여전히 우리의 대통령이고 재판을 준비한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반역자"라며 격하게 반응했다. 후세인의 고향 티크리트에서는 '후세인 대통령'을 연호하는 주민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임시정부 출범 후 치안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재판이 이어질 경우 자칫 친미 임시정부의 정당성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재판 후 후세인의 발언을 무시했다. 스콧 맥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후세인은 무슨 말이든 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이라크인에 의해 독재자의 단죄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라크전에 반대했던 프랑스, 독일 정부는 후세인을 염두에 둔 사형제 부활에 반대한다면서 공정한 재판 진행을 촉구했다. 후세인이 변호사의 조력도 없이 첫 재판에 임하고 외국 변호사들의 입국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한편 후세인 재판을 관할하는 찰라비 특별재판소장은 "이번 심리는 예비적 재판 절차이며 정식 기소장은 내년에나 제출돼 정식 재판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후세인 법정신문

1일 특별재판소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법원의 권위를 인정하기는커녕 자신이 현직 대통령이라고 강변하면서 자신에게 부과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다음은 판사와 후세인간에 오간 말의 요지.

(판사) : ―직업은? 전 이라크 대통령인가?

(후세인) : "현직 대통령이다. 나는 이라크 국민을 대표한다."

―당신은 소멸한 바트당 당수이다. 당신 어머니의 이름은.

"소바다. 당신은 누군가."

―중앙법원 심문판사다.

"당신이 심문 판사라고? 어떤 결의안, 어떤 법이 이 법정을 만들었나."

―(판사 마이크 끄고 답변)

"연합군이라고? 그러면 당신은 점령군을 대표하나."

―이라크를 대표한다. 나는 전 정부의 대통령령에 의해 임명됐다.

"당신은 연합군의 관할권 하에서 일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은 다른 시민들처럼 혐의에 대해 답해야 한다.

"당신이 판사인가? 판사들은 법과 권리문제를 다룬다. 우리에게 권리는 코란과 샤리아의 유산이다."

―나는 판사로서 증거에 따라 심판할 뿐이다.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누가 피고인가? 모든 피고는 법정에 서기 전에 조사를 받아야 한다. 나는 당신이 이라크 국민에 의해 권한을 부여 받은 판사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이것은 심문 과정이다.

"법적인 관점에서 당신은 내가 변호인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 받았다. 내가 당신 앞에 서기 전에 변호인과 만나야 하지 않는가."

―당신이 나에게 10분만 주면 형식적인 절차는 끝난다. 당신이 기다리면 권리를 보장 받을 것이다.

"나는 법률가가 아니지만 이것은 알고 있다. 국민에 의해 대통령이 된 사람을 그 자신과 국민의 뜻에 의해 제정된 법에 따라 소환하고 혐의를 부과하는 것이 허용되는가? 이것은 모순이다."

―나는 다만 심문하고 조사할 뿐이다. (이후 7개항의 혐의사실 낭독) 당신은 당신의 혐의를 기록한 이 서류에 서명해야 한다. 7번째 혐의는 이라크 대통령과 군 사령관으로서 쿠웨이트를 침공한 것이다.

"침략이 아니다. 이라크를 지키기 위한 것인데 이를 처벌한다고?"

―우리는 당신에게 법정을 모독하는 발언을 허용하지 않겠다.

"혐의는 부당하다. 왜냐하면 이 행위는 내가 대통령인 상황에서 시스템적으로 행해진 것이다."

―당신이 서류에 서명하기를 바란다.

"변호사가 입회할 때까지 어떤 것에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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