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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수출 코리아'/폐전자제품 마구잡이 해외로…공해수출국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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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수출 코리아'/폐전자제품 마구잡이 해외로…공해수출국 "오명"

입력
2004.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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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성(浙江省)의 조그만 항구도시 타이저우(臺州). 입항하는 화물선마다 컴퓨터 등 폐전자제품들을 부두에 하나 가득 내려놓는다. 대부분은 현지의 전자제품 재처리업자들이 한국 일본 미국 유럽에서 밀수해 오는 것들이다. 폐전자제품 수입은 중국 국내법에 의해 금지돼 있지만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듯 대낮에도 버젓이 하역이 이뤄지고 있었다. 인근의 공터에서는 시골에서 돈벌이 나온 수천명의 농부들이 유독성인 전자폐기물을 끌과 망치로 해체하고 있었다. 최근 이 지역 실태조사를 마친 뒤 '2004 아시아 폐기물 환경회의'참석차 서울에 온 그린피스의 독성물질책임자 폰 헤르난데스(37)씨는 "현지에서 오염물질 중독 등으로 인한 환경사고가 발생한다면 한국 등 수출국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한국은 일본 등 선진국으로부터 공해를 수입하는 대표적인 국가였으나 요즘에는 국제사회에서 공해수출국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수은 납 카드뮴 등 유독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폐전자제품을 가난한 후진국에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공해수출은 인도적 차원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가 간 환경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어 정부 차원의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폐컴퓨터는 170만∼190만대. 이 가운데 국내에서 회수·처리된 물량은 10만대도 채 안 된다. 나머지는 대부분 중국 등지에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휴대폰 변압기 TV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내에서 버려진 전자제품은 주로 영세한 규모의 1차 수집상과 대규모 중간도매상을 거쳐 재처리업체로 넘어가는데 중간도매상 단계에서 해외반출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도 가입한 유독물 등의 처리를 위한 국제조약인 바젤협약은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을 금지하고 있고 후진국들도 이를 불법화하고 있지만 후진국의 재처리업자와 우리나라 일부 범죄조직들이 한국 중간도매상에게 구입한 폐전자제품을 화물선에 실어 대규모로 밀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후진국은 행정력이 미약해 이를 제대로 적발하지 못하고 있다.

폐전자제품 가운데 상당물량은 정상적인 중고품으로 둔갑해 합법적으로 수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폐컴퓨터를 현지에서 해체해 팔면 한국 돈 수만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수집상들이 앞 다퉈 외국에 팔아 넘기고 있다.

반면 제대로 된 재활용시설을 갖춘 국내 업체들은 일감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폐컴퓨터 재활용처리 전문업체인 A사 관계자는 "폐컴퓨터 인쇄회로기판의 경우 국내에선 그냥 파쇄처리하지만 중국에서는 반도체나 칩을 추출해 다시 쓰기 때문에 수요가 엄청나다"며 "상인들이 상당량을 중국으로 팔아 넘기기 때문에 국내업체들은 엄청난 예산을 들여 만든 첨단 재활용시설을 놀리고 있다"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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