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저는 라섹으로 해 주세요. 검사는 다른 병원에서도 받아봤는데요, 각막이 좀 얇은 편이니까 라섹이 가능할 거에요. 그리고 아무래도 웨이브 프론트가 낫겠죠?”요즘 시력교정 수술을 받기 위해 안과를 찾는 환자라면 이 정도쯤 줄줄 읊는 게 기본이다. 시력교정 수술이 워낙 일반화하고 덤핑경쟁을 벌일 정도로 시술하는 안과가 많다 보니 인터넷이나 주변사람을 통해 얻는 정보가 무수한 덕분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각종 ‘업그레이드 수술법’이 난무하고 있다. 라식, 라섹 등 잘 알려진 수술법 외에 페인 프리 라섹, M라섹, 양막 라섹, 인트라 라식, 가장 최근 나온 에피 라식까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기존 시술의 부작용을 조금씩 줄이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다. 자연 수술대상도 약간 넓어져, 기존 방법으로는 수술이 어려운 이들까지도 수술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시력교정수술을 생각하고 있다면 나에겐 어떤 수술법이 적합하고, 수술법의 장ㆍ단점은 무엇인지를 잘 알아둬야 한다.
엑시머ㆍ라식ㆍ라섹
흔히 시력교정 수술이라면 엑시머 레이저, 라식, 라섹의 3가지를 꼽는다. 가장 고전적인 엑시머는 눈동자 각막에 직접 레이저를 쏘아 깎아내는 것으로 회복기간이 길고 통증이 심해 지금은 시술되지 않는다.
이를 대체한 라식은 각막 위를 얇게 저며내고 남은 각막에 레이저를 쏜 뒤 절편을 다시 붙여주는 방법이다. 통증이 없고 2~3일이면 일상생활이 가능해 ‘시력교정술 붐’을 일으킨 시술법이다.
하지만 각막을 잘라낸다는 시술상 특징으로 인해 빛이 번져보이고 밤에 눈부심이 있을 수 있다. 매우 드물긴 하지만 각막절편에 주름이 잡히거나 감염되거나 원추각막이 될 수 있어 극단적으로 실명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보수적인 의사들은 각막을 가능하면 보존하는 시술을 선호한다.
반면 라섹은 각막을 둘러싸고 있는 가장 껍데기층인 상피만 알코올로 벗겨낸 뒤 레이저를 쏘는 것이다. 벗겨낸 상피세포는 각막 위에 덮어놓지만 결국 대부분 죽고, 다시 재생된다.
각막은 그대로 유지되므로 감염 우려는 없는 반면 각막혼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각막혼탁이 생기는 이유는, 각막에 상처가 생길 경우 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눈물에 포함된 활성인자가 각막세포를 성장시키기 때문. 라식은 상처부위를 각막절편으로 덮어두기 활성인자가 손을 쓰지 못한다.
에피 라식ㆍ인트라 라식
최근 새로 나온 수술법의 특징은 각막절편을 만드는 과정을 변형함으로써 단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점이다. 5월부터 시술되기 시작한 에피 라식은 라식과 기본 원리는 같지만 에피케라톰이라는 기구를 사용해 각막상피만 얇게 잘라낸다는 차이가 있다. 보통 라식에서 잘라내는 각막절편의 두께가 130~160㎛인데 반해 각막상피 두께는 50㎛에 불과하다.
각막상피만 들어낸다는 점에선 결국 라섹과 비슷하게 각막을 유지할 수 있으면서도 각막혼탁 통증이 거의 없다는 라식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
강남예안과 최우정 원장은 “디옵터 –10정도 되는 고도 근시에 대해서는 여전히 라식이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각막이 얇거나 밤에 동공이 커져 야간 눈부심이 심해 라식이 부적합하다고 판정된 환자들의 경우 에피 라식으로 부작용 없이 시력을 교정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도입된 인트라 라식은 눈을 가장 평평한 상태로 누른 후 컴퓨터로 제어되는 레이저로 균일하게 각막절편을 잘라내는 방법이다. 시술자의 손과 칼(미세각막절삭기)로 시술하는 것에 비해 균일하고 안전하다는 점이 장점. 실제 라식수술 환자 중 약 3.2%에서 각막절편과 관련된 합병증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밝은세상안과 이경섭 원장은 “인트라 라식은 잘라내는 각막절편의 두께를 90㎛까지 줄일 수 있어 각막두께를 충분히 남길 수 있어 시력이 다시 떨어졌을 경우 재수술이 가능하며 각막 중심부와 주변부가 균일하게 절제되므로 난시 등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트라 라식과 에피 라식은 부작용이 적은 대신 비용은 기존의 라식 라섹보다 30~100% 비싸다.
양막 라섹ㆍ페인프리 라섹ㆍ웨이브프론트
그런가 하면 부작용 일부를 줄이기 위해 여러가지 처치를 곁들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안과에 따라 이름은 여러 가지지만 라섹에서 각막혼탁을 해결하는 처치와 레이저를 쏘는 과정을 더 정교하게 하는 것 등이 주류다.
각막혼탁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는 라섹 시술 후 양막(태반의 가장 안쪽 막)을 덮어두거나(양막라섹), 마이토마이신이라는 항암제를 처방하는 방법(M라섹) 등이 있다. 통증을 줄이는 처치를 부가한 페인 프리 라섹도 있다.
5년 전 도입된 웨이브 프론트는 레이저를 쏠 때 미리 측정해 둔 미세한 눈의 굴곡에 따라 레이저의 강약을 조절함으로써 보다 정밀한 수술을 하는 것. 각막을 만드는 방법은 달라도 레이저를 쏘아 시력을 교정하는 것은 모두 같으므로 웨이브 프론트는 앞의 라식, 라섹, 인트라 라식, 에피 라식 등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경우 야간 눈부심 현상이 적고 보다 선명하게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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