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에 창간된 인터넷 정치칼럼사이트 '서프라이즈(www.seoprise.com)'는 분명한 친노(親盧) 성향을 선언, 성장을 거듭하면서 여권 내에서 무시 못할 영향력을 갖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서프라이즈 필진들은 재신임, 대통령 탄핵, 김혁규 총리 지명, 이라크파병, 아파트 분양원가 문제 등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하는 공격적인 논리를 개발, 여권 내부의 논쟁을 주도해왔다. 여권과 공식적인 관계는 없는 상업사이트이지만, 국정추진을 위한 논리개발자로서의 비중을 지닌 셈이다. 역으로 여권 지도부도 이 사이트를 지지세력에 대한 홍보 창구로 활용한다. 노 대통령의 한 측근은 "서프라이즈의 칼럼들을 보면 앞으로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내놓을 논리를 예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위상은 노무현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 때문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은 서프라이즈 창간 1주년에 부친 기고문에서 "필진들의 번득이는 통찰력과 혜안이 매일매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며 "나도 직접 들어가 여러분의 충고에 귀를 기울인다"는 밝혔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5월 29일 열린우리당 당선자들과 만찬 당시 이 곳에 종종 글을 올리는 정청래 의원에게 "글 잘 읽었다. 아주 명쾌하더라"고 칭찬했다. 노 대통령은 5월 말에는 경제분야 객원논설위원인 최용식씨를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하며 경제위기론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우리당 지도부와 주요 인사들도 서프라이즈 지면에 자주 참여한다. 총선을 전후해 정동영 전 의장, 김근태 전 원내대표, 신기남 의장, 천정배 원내대표, 김원기 현 국회의장 등이 인터뷰 또는 생중계되는 인터넷 채팅을 했다. 서프라이즈도 총선 시기에 우리당 총선 후보자 40여명과 연쇄인터뷰를 하며 우리당 후보 알리기에 나섰다.
서프라이즈는 특히 우리당 후보자들을 상대로 선거홍보용 동영상을 판매해 3억원 가량의 수익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후보자 가운데 상당수는 인터뷰를 가진 직후 이 같은 영업제안을 받았다. C 의원은 "인터뷰를 마친 뒤 서프라이즈측이 사업 제안을 해왔다"면서 "다른 제작사보다 가격이 싼 것 같아 제작을 맡겼다"고 밝혔다. J 의원은 "인터뷰와 관계없이 제안을 받았지만, 이미 자원봉사자들이 영상물을 제작중이어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서프라이즈 관계자는 모두 14건을 수주, 규모에 따라 건당 50만∼수천만원의 제작비를 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마케터', '요한3장3절', 김동렬씨 등 서프라이즈 주요 논객의 칼럼이 많이 올라 있는 것도 이 사이트와 여권의 가까운 관계를 보여준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노빠" 네티즌조차 "나빠" 성토
'참여정부의 코미디 <교수청탁 사건> '. 유명 블로그 사이트인 미디어몹에 올라온 글 제목이다. 정치웹진 '서프라이즈'의 서영석 대표 부인의 인사청탁 의혹과 관련, 서 대표의 해명이 코미디의 결정판이라며 비꼬는 내용이다. 참여정부와 함께 서 대표를 비난하는 댓글도 줄을 이었다. 패러디방송 '헤딩라인 뉴스'로 유명한 이 사이트의 네티즌들은 탄핵 정국 때만 해도 여권의 든든한 지지 세력이었다. 교수청탁>
한때 참여정부의 열성 지지자들이었던 상당수의 네티즌들이 여권을 떠나고 있다. 민심이 어려울 때도 넷심만은 여권을 옹호해왔지만 지금은 네티즌들의 '실망과 분노'가 각종 사이트마다 줄을 잇고 있다. 김선일씨 피살사건, 박창달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이어 터진 서프라이즈 파문이 불에 기름을 부은 모습이다.
1일 서 대표 부인의 청탁 의혹이 알려지면서 서프라이즈에는 "문 닫아라" "서 대표 물러나라" 등 비난 글이 잇달았다. 청탁 의혹을 제기한 정진수 성균관대 교수의 의도에 화살을 겨눈 글도 많지만, '서 대표를 감싼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다른 정치평론 사이트는 비등점을 넘은 분위기다. 시사평론가 진중권씨는 진보누리에 올린 '노란 권언유착'이란 글에서 서프라이즈에 대해 "속을 들여다 보면 구린 일이 많을 것"이라며 "저질러도 되는 짓의 한계를 모르는 '막가파'"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씨는 이어 "현 정권을 억지로 비호하다 보니 논리적 모순이 이 사이트의 논리규칙이 돼버렸다"며 "권력의 안위를 위해 네티즌들의 의식을 분열증 환자 수준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열린우리당에 올인한 인터넷 언론의 파국'(브레이크 뉴스) 등 노골적인 비판도 쏟아졌다.
젊은 네티즌이 많이 찾는 시사패러디 사이트들도 이미 체포동의안 부결 등으로 폭발 직전인 상태다. '대선자객' 시리즈로 유명한 '라이브 이즈 닷컴'이나 '디시인사이드' 등에서는 '천·신·정 그들이 뜨면 개혁이 뒤로 간다' '꼴통들과 똑 같은 짓거리 우리당 너무해' 등 여당을 비꼬는 패러디 사진이 인기 상종가다. 한 네티즌은 "아직은 그래도 애정어린 비판도 많다"며 "하지만 여당이 정신을 못 차리면 마지막 남은 선도 넘을 것 같다"고 충고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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