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장마에 일찍 찾아온 무더위가 기승이다. 찌는 듯한 여름밤을 달랠 수 있는 한바탕 시원한 드라이브가 간절하다면 ‘레이싱 게임’에 시동을 걸어보자. 실제 자동차 경주를 방불케 하는 사실적인 조작감과 화려한 그래픽,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 트랙이 무더위를 싹 날려줄 것이다.
도시를 무한질주 한다, ‘니드포스피드 언더그라운드’
1996년 첫 발표된 이후 8년간 장수하고 있는 니드포스피드(Need for SpeedㆍNFS) 시리즈는 PC 레이싱 게임의 대표선수다. 최신작인 ‘NFS 언더그라운드’는 대도시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폭주족들의 길거리 경주인 일명 ‘나이트 스트리트 레이싱’을 소재로 삼았다.
현대자동차의 투스카니를 포함, 20여대의 유명 스포츠카가 등장하며, 총 4가지의 게임모드가 있다.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는 스프린트, 거리 위의 트랙을 맴도는 서킷 레이스, 직선로를 최단시간에 주파하는 드랙, 꼬불꼬불한 길을 미끄러지듯 달리는 드리프트 등이다.
튜닝(개조) 모드를 이용해 마음껏 자동차 개조를 할 수 있고, 원하는 색깔과 스티커로 자신만의 멋진 차를 꾸밀 수도 있다. NFS의 특징인 실제와 가까운 조작감, 현실적인 그래픽은 한층 더 정교해졌으며, 게임의 흥을 돋우는 사운드 트랙도 훌륭하다.
인터넷을 통한 1대 1 도전 및 4인 동시 레이스 등 온라인 게임 기능도 제공된다.
실감나는 오프로드 레이스 ‘랠리 스포츠 챌린지2’
고성능 4륜 구동차를 타고 거친 대자연을 누비는 ‘랠리’(Rally)야 말로 자동차 경주의 진수다. X박스용으로 ‘랠리 스포츠 챌린지2’가 버티고 있다.
일반적인 랠리 레이싱 외에 거친 트랙을 도는 랠리크로스, 눈 위에서 빠르기를 겨루는 ‘아이스 레이싱’, 높은 언덕을 오르내리는 힐 클라임, 트랙을 질주하는 크로스 오버 등 5가지의 레이싱 모드를 제공한다. 온라인 대전은 기본이다. 한번에 최대 16명이 시합을 벌일 수 있다.
비ㆍ눈ㆍ안개 등 수시로 변하는 날씨 효과, 바람에 흔들리는 잔디와 나무, 트랙 주변에 몰려든 구경꾼 등 현실적인 그래픽이 돋보인다. 경주 중에 사고가 발생하면 창문이 깨지거나 후드가 날아가는 등 시각적 표현이 대단하다.
경주차의 느낌을 ‘손 맛’으로 느끼게 해주는 ‘포스피드백’ 기능을 이용해 콘트롤러가 직접 떨리거나 움직이는 효과도 있다. 40여종의 전 세계 유명 경주차와 함께 현대자동차의 ‘베르나’가 등장한다.
PS2 게임의 최고봉 ‘그랑투리스모 프롤로그’
그랑투리스모(Grand Tourismo)는 1997년 첫 출시된 이후 지난 8년 동안 전 세계에서 3,2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플레이스테이션용 레이싱 게임의 최고봉으로 평가 받고 있다. 시리즈 최신작인 ‘그랑투리스모 프롤로그’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작으로, PS2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대작 ‘그랑투리스모4’의 예고편에 해당한다.
아스팔트 코스에서 경주를 벌이는 ‘아케이드’ 모드와 정교한 레이싱 기술을 가르쳐주는 ‘드라이빙 스쿨’ 모드로 나뉘어 있다. ‘레이싱 시뮬레이션’이라는 별칭처럼 실제 자동차 경주의 물리학을 정교하게 재현했으며, 레이싱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필수 기술을 차근차근 익히도록 46단계의 연습 코스를 갖췄다. 아케이드 모드에서는 5개 도시의 각각 다른 코스와 60종이 넘는 차량이 제공되며, 타이어의 종류와 운전 보조장치 등 세세한 설정을 선택할 수 있다.
인터넷을 질주한다 ‘시티레이서, 팀레볼루션’
혼자서 즐기는 사실적인 경주 보다 수백명의 경쟁자와 어울리는 경쾌한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국산 온라인 레이싱 게임이 딱 어울린다.
현대디지털엔터테인먼트의 ‘시티레이서’(www.ctracer.net)는 서울 강남ㆍ북의 간선도로망 125km를 게임 코스로 삼았다. 광화문과 남산타워 등 서울의 명소를 그대로 재현했으며, 사용자들이 ‘배틀’ 신청을 해 서울 시내를 배경으로 경주를 벌일 수 있다. 실제 날씨를 게임에 도입해 비가 오는 날에는 게임 속에서도 비가 내린다. 동시 접속자는 최대 5,000명.
피망이 서비스하는 팀레볼루션(pmang.sayclub.com/revoluxion)은 비디오게임에 버금가는 그래픽이 돋보인다. 이달에 선보인 ‘팀레볼루션R2’는 최대 24명이 50바퀴까지 경주할 수 있는 ‘블레스트 모드’와 최대 24명이 널ㆍ장애물ㆍ점프구간ㆍ오프로드 등 다양한 레이싱을 펼치는 ‘X게임 모드’ 등이 있으며, 자기 차를 튜닝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레이싱게임 100배 즐기기
갖추면 더 재미있다
X박스나 PS2 게임기, 혹은 지포스(Geforce) FX5200, 라데온(Radeon) 9200 이상의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PC가 있다면 레이싱 게임을 즐길 기본 준비는 다 된 셈이다. 레이싱 게임에는 박력 있는 효과음이 더해지기 때문에 음 분리도가 높은 5.1채널 스피커를 함께 사용하면 금상첨화.
보통은 게임기의 조이패드나 키보드로도 충분하지만, 실제 자동차를 모방해 핸들(스티어링 휠)과 페달로 구성된 전용 조작장치(레이싱 휠)를 사용하면 레이싱 게임의 재미가 한층 더해진다.
휠은 그 자체로 실제 운전석에 앉은 듯한 느낌을 준다. 또 미세한 방향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코너를 돌 때 유리하며, 가속력이 뛰어난 수동기어를 선택해 쓰기도 편리하다. 특히 포스피드백(Force feed-back) 기능이 있는 제품은 차가 균형을 잃거나 충돌했을 때의 충격을 직접 느낄 수 있어 레이싱 게임을 더욱 실감나게 해준다.
PC와 PS2 용으로는 입력장치 전문회사인 로지텍의 레이싱 휠의 포스피드백 제품(사진1)이 10만원선, X박스 용으로는 게임스터의 로터스휠(사진2) 제품이 8만원 내외에 팔린다.
모르고 덤벼들면 망신
레이싱 게임을 잘하려면 먼저 기본 기술을 터득해야 한다. 평소에 운전을 잘한다고 방심했다가는 꼴찌를 면하기 힘들다. 급가속ㆍ급제동과 고속 코너링을 일삼는 레이싱 환경은 현실 공간에서 이뤄지는 보통 운전과 천양지차가 있다.
기본 기술의 대부분은 감속 없이 빠르게 코너를 도는 방법이다. ‘인 앤 아웃’(in-and-out)으로 불리는 코너링 기술은 코너의 안쪽 차선으로 바짝 붙어 진입해서는 바깥쪽 차선으로 빠져나가는 방법이다.(그림1) 이는 실제보다 코너의 각을 크게 만들어 속도를 덜 줄여도 되는 효과가 있다. 이와 비슷한 ‘미리돌기’ 기술이 있는데, 폭이 넓은 차선에서 급한 코너링을 할 때 코너의 바깥쪽 차선에서 한발 앞서 각이 큰 회전을 시도, 안쪽을 통과해 다시 바깥 차선으로 빠져 나온다.(그림2)
두 개 이상의 완만한 코너가 연속되어 있는 S자형 길에서는 인 앤 아웃 기술을 응용해 거의 일(一)자형으로 단번에 빠져나가는 방법을 활용한다.(그림3) 90도 이상의 예각 코너링에서는 미끄러짐 현상을 이용한 드리프팅 기술이 효과적이다. 코너를 앞두고 브레이크를 밟는 동시에 코너의 빠져나갈 방향으로 방향을 틀면 코너로 진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차량의 기수가 바뀐다.(그림4)
/정철환기자
■난 점심?? 가볍게 한판!/캐주얼 레이싱 '카트라이더'
레이싱 게임이라고 해서 현실감과 속도에 목을 맨 ‘하드코어’ 게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레이싱 마니아가 아니어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레이싱 게임’도 인기다.
넥슨(www.nexon.com)이 지난달 1일부터 공개 시험서비스(오픈 베타)에 들어간 ‘카트라이더’(사진)는 점심식사 후에 직장 동료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가볍게 한판 즐길 수 있는 레이싱 게임.
한편의 만화를 연상시키는 게임 화면부터 여느 레이싱 게임과 다르다. 어디선가 많이 본 배경…. 넥슨의 최고 흥행 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캐릭터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놀이 공원 같은 아기자기한 트랙 위를 다오ㆍ배찌 등 귀여운 가분수 캐릭터들이 질주하며 선두를 다툰다.
카트라이더에는 대단한 기술도 필요없다. 상하좌우 방향키만 알면 좌ㆍ우 방향 전환과 가속ㆍ브레이크를 모두 조작할 수 있다. 니드포스피드 같은 게임에서는 여간해선 하기 힘든 ‘코너에서 미끄러지기’(드리프트)도 쉬프트 키 한번만 눌러주면 된다.
다양한 아이템은 카트라이더의 재미를 올려주는 양념. 물풍선ㆍ물파리ㆍ유도탄 등 경쟁자의 진행을 방해하는 게 있는가 하면 ‘실드’처럼 상대의 공격을 막고 순간 스퍼트를 낼 수 있는 아이템도 있다.
/정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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