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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中 고구려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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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中 고구려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

입력
2004.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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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가 1일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계속된 제28차 총회에서 북한, 중국의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함으로써 동북아의 고대왕국 고구려의 수준 높은 문화를 전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남·북한과 중국의 역사 논쟁 역시 더욱 가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WHC가 이날 중국 고구려 유적의 등재를 확정한 뒤 심사순서를 변경, 다른 안건을 제치고 북한의'고구려 고분군'에 착수한 것은 이 문제가 그만큼 민감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계가 인정한 고구려

세계유산 등재는 북한, 중국의 고구려 유적이 인류 전체가 지키고 누릴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공인받은 것. 북한이 1998년 세계유산협약 가입 후 처음으로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된 것도 고무적이다.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 특히 고분벽화의 문화재적 가치 및 우수성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5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뛰어난 벽화제작 솜씨와 고분 건축 상의 독창적 토목 기술 등 당대의 문화를 훌륭히 반영하고 있다"고 북한 '고구려 고분군'을 평가했다.

세계유산 등재로 고구려 유적의 보존, 관리 책임은 북한, 중국뿐 아니라 인류 전체에 맡겨졌다.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WHC의 세계유산기금이나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 등 국제 단체의 재정적, 인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재정과 기술 부족으로 문화재 보존·복원 및 관리에 애를 먹는 북한으로서는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유네스코를 통해 2001년부터 해마다 10만 달러(1억2,000만원)의 고구려고분 보존 신탁기금을 제공해온 한국 정부도 앞으로 2년간 매년 5억원을 추가하는 등 지원 폭을 확대키로 했다.

경제적 수익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고구려 고분군'을 개방,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 '세계유산'이라는 프리미엄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동북공정'에 남·북 공동 대응해야

서길수 고구려연구회장은 "중국은 세계유산 등재를 활용, 고구려사가 중국사의 일부라고 대내외에 알릴 것이고 이를 통해 고구려사 귀속 논란과 관련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다른 사학자들도 중국이 이번 WHC 회의 결과를 '동북공정'프로젝트의 근거로 사용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이 등재 신청한 고구려 유적을 보면 이 같은 우려가 과장은 아니다. 북한은 벽화고분 16기를 포함, 총 63기의 고분만 목록에 포함시켰으나 중국은 오녀산성, 국내성 등 고구려 초기 수도 및 관련 유적을 총망라했다. 그 때문에 국내 학계는 '한반도는 고구려사의 변방에 불과하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북한이 '역사도시 평양'의 세계유산 등재를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등재 신청 후 오녀산성, 장군총, 국내성, 광개토대왕비와 태왕릉 등 고구려유적을 복원, 정비했다. WHC 회의 종료 직후 세계유산 등재를 경축하는 대규모 문화행사를 열기로 했으며, 지안(集安)시는 고구려 유적을 전면 개방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점차 노골화할 것에 대비, 남·북이 공동 대응논리를 개발하고 남·북 교류를 활성화하는 일이 그만큼 시급해졌다. 최광식 고려대 교수는 "세계유산 등재로 북한, 중국 고구려 유적에 대한 접근이 쉬워져 남·북의 고구려 연구가 더 심층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北대표 "他유적도 등재 노력"

북한 대표단장 리의하 문화보존지도국 부국장과의 일문일답.

―북한의 고구려 고분이 어떤 평가를 받았나.

"고구려는 기원전 227년에서 기원후 668년까지 1,000년 역사를 자랑한다. 정치·경제·문화 등 각 방면에서 지혜와 슬기를 보인 국가를 우리가 계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의 계획은.

"이번에 등재된 고구려고분군 이외에 세계유산위원회에 잠정목록으로 제출한 다른 유적들도 세계유산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중국 내 고구려 유적과 함께 등재 됐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가.

"고구려는 영토상 중국 동북부와 우리 국내에 존재했던 나라이다. 앞으로 계속 (중국과) 협력하겠다." /연합

● 한국의 세계유산은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종묘 등 모두 7건이다. 1995년 '종묘' '불국사·석굴암' '해인사 장경판전'을 한꺼번에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올린 뒤, 97년에는 '창덕궁'과 '수원 화성', 2000년에는 '경주 역사유적지구'와 '고창·화순·강화 고인돌'을 잇달아 등재했다.

기록유산으로는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1997년)과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2001년), 인류구전및 무형유산걸작으로는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과 '판소리'(2002년)가 올랐다.

이밖에 처음으로 '제주도 자연유산지구'를 자연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추진해, 올 1월 세계유산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 결과는 2006년에 나올 예정이다.

■기고/이젠 보존에 지혜 모으자

고구려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는 일단 마무리됐다. 오히려 레이스는 이제부터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구려 유적들, 특히 400여년에 걸쳐 세계미술사의 한 장을 장식하며 독특한 문화감각을 담아낸 고분벽화를 어느 쪽에서 제대로 보존, 관리하고 연구하여 그 실체를 제대로 밝혀내는가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게 된 까닭이다.

한때 동북아에서 패권을 잡고 강자로 군림하며 동아시아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때로는 그 너머까지 사절의 발길이 닿았던 고대왕국 고구려. 그 문화산물들이 어느 나라 연구자들의 손길 안에서 숨겨진 역사의 수수께끼, 문화의 미스터리들을 드러내고 보여줄 것인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8일부터 15일까지 계속된 평양 방문기간 동안, 나는 평양 일대의 고구려 벽화고분, 특히 무덤 안의 벽화가 어떤 상태로 숨쉬고 있으며, 무덤 속 그림들이 어떤 말을 걸어올 지에 모든 생각을 모으고 있었다. 바닥이 질척거릴 정도로 습기가 가득한 진파리1호분 내부로 들어가며 무덤 안에 벽화를 그리고 무덤 주인의 관을 안치한 뒤, 입구가 막혀 밀폐된 상태에서 벽화 속 존재들이 견뎌왔을 세월을 떠올렸다. 벽화는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폐쇄된 무덤 내부에 오랫동안 높은 습도가 유지된다고 해도 벽화의 안료가 녹아내리거나 채색 부분이 퇴색해 희미해지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 듯했다.

오히려 문제는 무덤 안으로 사람이 출입하는 과정에서 온도와 습도의 변화가 일어나 무덤 속 환경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습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가 다시 낮아지며 발생하는 물방울들이 벽화를 지탱하는 백회층 뒤로 흘러 들어가 백회층을 부풀어 올리고, 나아가 백회층이 돌벽으로부터 서서히 떨어져 나온다면, 결국 벽화를 붙잡아주던 백회층이 크고 작은 조각으로 나뉘어 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플라스틱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수산리벽화분 무덤칸의 벽화층도 상당 부분 부풀어 올라 있었다.

북한측 보존관련 연구자는 이런 현상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방법을 찾지 못해 마음 아파했다. 벽화고분의 완전폐쇄를 결정한다고 해도 계절교차와 일교차가 심한 북한의 자연환경에서 고분 안의 이슬 맺힘 현상이 없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진파리1호분 벽화에서는 부분적으로 염분층이 벽화 일부를 덮으며 커지는 현상도 확인됐다. 무덤칸 안으로 수분이 흘러들어 벽화 보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하려고 무덤 바깥을 시멘트 돔으로 덮거나, 무덤 입구에 시멘트로 출입구를 설치하면서 심해진 현상 가운데 하나다. 벽화 위 염분층은 봉토의 일부를 이룬 석회층이나 보존용 시멘트에서 나온 가용성 염분이 수분과 만나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막아야 할 현상 가운데 하나다. 수산리벽화분 널길 오른벽의 문지기 장수, 강서대묘 널방 남벽 입구쪽 벽화 일부를 덮은 탄산칼슘층도 조심스럽게 제거해야 한다.

고분벽화는 이미 1,500년 동안 온갖 풍상을 견뎌냈지만, 발굴에 뒤이은 정교하지 못한 보존처리, 불규칙적인 외부개방, 주변의 개발, 급격한 환경변화 등을 겪으면서 심각한 훼손의 위험 앞에 노출돼 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세계가 고구려 벽화고분이 고구려인의 과학기술, 종교신앙, 문화예술의 결정체임을 인정했음을 다 함께 기뻐해야겠지만 1,000년 뒤 이 땅에 살 사람들도 그것을 보며 감탄할 수 있는 보존과 관리에도 지혜와 기술을 모아야 한다.

전호태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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