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헤이르베(쿠르드어로 반갑습니다)." 낯선 이방인들의 방문에 신이 난 꼬마 녀석들, 흥겨운 사물놀이패의 공연과 강냉이를 만드는 '뻥튀기' 소리에 창 밖으로 고개를 내민 동네 아낙들…. 마치 유랑극단의 방문으로 떠들썩한 우리 시골마을 같은 정겨운 광경이 9월부터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인 아르빌주에서 펼쳐진다.
다음달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되는 파병을 앞두고 경기 광주시 특전교육단에서 막바지 훈련에 한창인 자이툰부대는 1일 현지에서 선보일 민사작전(대민봉사 및 친화 사업) 내용을 공개했다.
특전사 병력 중심으로 구성된 민사작전 부대는 이날 총 대신 주민들에게 나눠줄 다양한 선물꾸러미를 들고 마을을 방문하는 가상상황을 재연했다. "뻥이요." 누구도 최정예 특전사 요원이라고는 여기지 못할 만큼 이들은 몇 개월째 갈고 닦은 뻥튀기, 솜사탕 만드는 솜씨를 아이들에게 뽐내게 된다.
사물놀이 공연과 태권도 시범이 펼쳐지는 가운데 동네 한 곳에서는 쿠르드판 새마을 운동도 펼쳐진다. 후세인 정권시절 복구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이 지역의 학교와 도로 등 시설물 보수에 자이툰 부대원과 현지 주민들이 함께 땀을 흘리게 된다. 또 해당 기업에서 직접 위탁교육까지 받은 일부 부대원은 주민들의 농기계와 가전제품을 무료로 수리해 줄 계획이다. 한국 의료진은 부황과 침 등 한방과 양방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병원을 설치, 주민들을 돌보게 된다.
민사여단 재건지원대대 이철원(육사 42기) 중령은 "한국은 이라크의 친구라는 믿음을 심어 주는 게 작전의 핵심"이라며 "현지 주민의 민족성, 신앙심을 존중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사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선결 조건은 무엇보다 철저한 안전이다. 이에 따라 민사작전은 마을 주위를 에워싼 자체 경계병력의 철통 같은 보호 속에서 진행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작전팀 전원이 개인 화기를 지참할 예정이다.
안전 문제 때문에 현지 마을에 묵지 않고 '출장 서비스'를 하는 만큼 모든 지프와 수송 트럭에도 방탄처리를 마쳤다.
자이툰부대는 8월 초 선발대가 출발하며 8월 말과 9월 초 본대 1진이 출국할 예정이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