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보유액이 늘어나는데도 투자는 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온 국내 기업들이 해외 직접 투자를 늘리고 있다.1일 증권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들어 상장·등록사들의 해외 시설투자나 현지 법인에 대한 추가 출자, 지급보증 등 해외 직접투자 결정이 부쩍 늘어났다.
LG화학은 지난달 30일 스위스 현지법인에 84억원의 지급보증을 해주는 방식으로 투자를 결정했다. 또 같은 달 24일 현대차는 미국 자회사에 220억원을, 한화는 일본 현지법인에 162억원을 지급보증 형식으로 신규투자하기로 각각 결정했다.
INI스틸도 지난달 15일 중국 현지법인(청도INI기계유한공사)의 생산 확대를 위한 공장 증설에 추가 출자 23억원, 지급보증 134억원 등 모두 157억원을 신규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들의 이 같은 해외 직접투자액은 1∼5월 16억5,040만 달러에 이르러 지난해 같은 기간 9억9,790만 달러에 비해 65.4%나 증가한 것으로 한국은행은 집계했다. LG증권 전민규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증가는 현금 보유 규모가 늘어나면서 거세지고 있는 투자 압력을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한 해외 투자로 해소하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규모는 사상 최고 수준. 삼성전자가 1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결합현금흐름표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54개 결합대상 계열사들이 지난해말 보유하고 있는 현금(현금성 자산 포함)은 8조9,253억4,000만원으로 전년 말의 5조6,453억원에 비해 58.1%가 늘었다. 한진그룹은 보유 현금이 무려 87%나 급증했고 LG그룹도 21%가 늘어났다.
문제는 기업들이 갈수록 해외 투자 비중을 높일 경우 투자에서도 국내 투자와 해외 투자의 양극화 현상이 발생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이 이미 정상에 오른 사업에만 안주하고 신사업 창출 등 과감한 투자를 못하고 있다"며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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