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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가 고른 책]동굴에서 들려오는 하프소리:낭만의 고고학 기행/스티븐 버트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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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가 고른 책]동굴에서 들려오는 하프소리:낭만의 고고학 기행/스티븐 버트먼 지음

입력
2004.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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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서 들려오는 하프소리:낭만의 고고학 기행스티븐 버트먼 지음ㆍ김석희 옮김

한길사 발행ㆍ6,000원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무장하고 수백 ㎞를 몇시간에 오가는 시대에 오랜 과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트로이’ ‘다빈치 코드’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마법사의 책’ 등 고대나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책의 유행은 무엇인가?

얼마 전 만난 후배는 내가 차고 있는, 결코 명품이 아닌 오래된 시계를 ‘침 흘리며’ 탐냈다. 더 이상 만들지 않는 ‘촌스런’ 국내 브랜드라는 점과 꽤 오래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런 사람을 종종 본다.

가상공간과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과거의 시공간, 찬란한 갑주와 검, 마법의 시대를 더 그리워하는 것 같다. 덕분에 고고학은 곰팡내 나는 학문이 아니라 ‘낭만과 시간의 모험’이 됐다. 그 모험은 ‘동굴에서 들려오는 하프소리:낭만의 고고학 기행’(원제 ‘Doorways Through Time: The Romance of Archaeology’)를 통해 빛을 발한다.

고고학 책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굉장한 프로필의 박식한 저자가 전문용어로 특정 주제의 거의 모든 사항을 풀어낸 것,아니면 일반인을 위한 것이다. 전문서의 경우는 물론이고, 후자도 대개 설명은 적고 사진이 잔뜩 있는 ‘사진 앨범’ 류가 대부분이다.

‘동굴에서…’는 일반인을 위한 것이되, 되도록 글을 많이 쓰고 사진을 적게 넣었다. 각 장에 들어간 단 한 장의 사진은 그 장을 읽는 내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저자는 연대기적으로 시간여행을 하며 이야기를 풀었다. 고대 이스라엘의 마지막 방어자를 만나고, 예수의 수의를 살짝 들춰보고, 카타콤으로 향한다. 만리장성과 마야문명과 아더왕의 전설 등 익숙한 이야기도 나온다. 미스터리에 대해서도 몇 가지 추측하지만 뭘 가르치려고 드는 것은 아니다. 다년간 현장에서 체득한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매력은 저자가 미지의 ‘과거’에 대한 궁금증과 열망과 애정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다. 그것을 풀어놓는 언어는 항상 친근하고, 풍부하며, 시에 가깝다.

이 책을 읽으며 고고학적 지식에 배불렀고, 시간을 넘나드는 상상의 세계의 달콤한 맛에 취했다. 인간의 본성은 영원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면서 인생에 대해 조금 넉넉해지는 여유가 생길 뿐더러, 어느 순간 푸른 구릉과 들판 한가운데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원형준ㆍ루비박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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