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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버지 노릇/펭쯔카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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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버지 노릇/펭쯔카이 지음

입력
2004.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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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노릇펭쯔카이 지음·홍승직 옮김

궁리 발행·1만원

중국 남송시대 재상 홍매(洪邁)는 ‘용재수필(容齋隨筆)’ 서문에 ‘나는 게을러 책을 많이 읽지 못하였으나, 뜻하는 바를 따라 앞뒤를 가리지 않고 써 두었으므로 수필이라 한다’고 했다. 수필 대신 요즘 많이 쓰는 ‘에세이(essay)’는 ‘계량하다’ ‘음미하다’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에세(essai)’에서 왔다. ‘수필’보다는 논리적으로 따진다는 냄새가 더 난다.

현대 중국화단의 대가이며, 산문가로도 이름난 펑쯔카이(豊子愷ㆍ1895~1975)의 이 산문선집은 영락없는 ‘수필’이다. 옛 은사에 대한 생각, 아이들을 키우면서 새삼 얻는 교훈 등 잔잔한 이야기를 붓 가는대로 썼다. 시적인 감정을 살려온 중국 회화 전통을 그대로 이으면서, 새로운 형식으로 그가 만든 ‘서정만화’의 분위기와 참 닮았다.

‘인생 스물에는 사는 게 이익이라는 걸 알았고, 스물 다섯에는 밝음이 있는 곳에 반드시 어둠이 있음을 알았고, 서른이 된 지금으로서는 밝음이 많은 곳에 어둠 또한 많고 기쁨이 짙을 때 슬픔 또한 그만큼 짙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일본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이 말에 덧붙여 펑쯔카이는 “30대는 죽음을 체감하는 시절”이라고 했다. 봄만 있고, 봄이 깊어지면 여름 되는 줄 알았던 그는 서른 둘에 인생에 가을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펑쯔카이는 진솔하게도 그 체감을 ‘두렵구나’로 요약한다. 약첩을 보며 은근히 중국에 대한 자부심을 내보이거나, 나름대로의 관상론도 펼친다.

이야기의 상당 부분은 어린이 예찬이다. “잉크병은 이웃집 뚱뚱한 아줌마 같아요”라는 직관과 의인화에 놀라며 어린이가 만물의 진상을 더 잘 본다거나, 자식이라도 부모와 무관한 독립된 존재로 바라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고 점잖게 주장하는 대목도 있다. ‘이 세상 인간관계 중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건 친구관계가 아닐까 싶다. 대지에서 길러지는 사람은 모두 같은 부류인 벗이요, 대자연의 자식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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