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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이라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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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이라크 시인

입력
2004.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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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시대상의 표현이며, 그 중에서 시는 문학의 가장 예민한 성감대라는 말이 있다. 어려운 표현이지만 꽤 자극적이기도 해서, 의미도 빠르게 전달된다. 시인은 방울뱀에 비유되기도 한다. 북아메리카에 산다는 방울뱀은 맹독을 지녔다. 그러면서도 위험이 닥쳐오면 경고음으로 방울소리를 낸다. 천사만려하는 시인의 예민한 감각이 느껴지는 말들이다. 시인은 행복보다 고통과 불행에 더 민감한 듯하다. 시는 삶의 신산함을 노래하거나 객관화 함으로써 고통을 치유한다. 돌아 보면 우리도 전후(戰後)의 황폐한 시기에 많은 시가 쓰여졌고, 암울하던 1980년대도 '시의 시대'로 불렸다.■ 전란의 땅 중동에서 시인들이 왔다. 하미드 알 묵타르 이라크 문인협회장의 증언 역시 고통스럽다. 묵타르는 후세인 대통령을 비판했다가 아들과 함께 체포되어 3년 반 동안 투옥됐던 시인이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후세인 정권 시절 많은 이라크인이 감옥에 갔고, 이라크 땅 전부가 감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후세인도 지지하지 않았고, 미국의 점령에도 반대했다. 해방공간에서 한국의 많은 지식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도 모든 외세가 배제된 민주주의와 자유를 갈망하고 있었다.

■ 이라크 시인의 증언에는 언론사 특파원의 보도로 따라갈 수 없는 육성적 진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된다. 묵타르가 들려준 이라크의 진실은 후세인 압제 하에서 많은 국민이 참혹한 고초를 겪었다는 것, 독재자는 축출되었으나 늑대의 꼬리인 바트당이 잔존해 있다는 것, 그들은 학생과 사원의 신도와 집의 숙녀들과 김선일씨를 살해했다는 것 등이다. 미국은 해방자이자 점령자였고, 고마움과 갈등을 동시에 주고 있다. 팔레스타인 시인 자카리아 모하메드의 주장도 명료하다. 미국의 전쟁목적은 이스라엘의 안전과 중동의 석유확보이며, 후세인 제거는 그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이라크에서 테러 뉴스가 간단없이 전해지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미국이 주권을 이라크 임시정부에 넘겼다. 전쟁이 한 고비 넘긴 듯하지만, 이라크 정정은 여전히 불안하다. 우리도 추가파병 반대가 계속되고 있지만, 파병은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 3,000명 정도의 병력이 평화정착과 재건지원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병사들이 겪게 될 고초와 위험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그들이 모쪼록 중동 시인들의 평화적 외침을 잊지 않기 바란다. "테러집단이 이슬람을 호도하고 있으나, 이슬람은 자유와 평화를 추구한다." "나는 전쟁보다 꽃과 돌과 자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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