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안팎에서 위기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1일 "우리당은 현재 최대 위기"라고 자인했다. 지지층 또한 급속히 이탈하고 있다. 분양원가공개, 김혁규 전 지사 총리 임명 문제, 이라크 파병 논란 등 그 동안 쌓였던 여당의 정책 혼선에 대한 불만에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이 기름을 끼얹어 일시에 폭발한 것 같은 모습이다.
신기남 의장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라며 "넓적다리 안쪽에 살이 붙는 순간 우리당은 존재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신 의장은 "파부침선(破釜沈船·밥 짓는 솥을 부수고 되돌아갈 배를 가라앉히는 등 결사의 각오로 나섬)의 각오로 말고삐를 다시 잡고 개혁정치 실천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부영 상임중앙위원도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지도부는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할 경우 우리당의 존재 이유 자체가 없어진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지율도 급전직하 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소장 김헌태)가 TNS에 의뢰해 지난달 29일 전국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당 지지율은 27.6%로, 한나라당(27.7%)에 역전당했다. 1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한나라당에 뒤쳐진 것이다. 2주전 조사때의 32.0%보다는 4.4%포인트 떨어진 것이며, 조사 직후 있었던 박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지지율은 더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25.4%에 그쳐,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5월25일 조사 당시 지지율 50.1%에 비해 한달여 만에 지지율이 반토막 난 것이다.
소장파 모임 '새로운 모색' 간사인 우상호 의원은 "정책 혼선에서부터 체포동의안 부결에까지 국민의 기대를 총족 시킬 만한 것을 하나도 못 보여준 것에서 위기가 온 것"이라며 "여당이 확실한 리더십을 통해 문제해결을 하지 못했고, 개혁적이든 안정된 모습이든 어느 것 하나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은 "전부 탈당하자"(김건수) "돼지우리당"(김종수) "우리당 당사에 계란 던지기 대회를 열자"(김희수)는 등 극단적인 반감을 표출하는 글로 연 3일째 도배되고 있다. 평당원 30여명은 이날 중앙당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 같은 위기를 불러일으킨 원인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석과 자성이 이어졌다. 김영춘 의원은 "민주적 리더십이라는 것도 집중을 전제하고서야 민주주의가 있는 것"이라며 "지도부가 중요한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따져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했다"고 진단했다. 중진인 장영달 의원도 "지도부가 조직을 리드해 본 경험이 일천한데서 오는 '아마추어리즘' "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산자부 장관 출신인 정덕구 의원은 "외양은 거대 여당이 됐지만 시스템은 미니 여당에 머물러 있는 점이 문제"라며 "전체 의원들을 하나로 묶는 채널을 만들고 작동 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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