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 자서전/ 벤저민 프랭클린 지음. 이계영 옮김. 김영사.
같은 집, 그것도 단독주택에서 오래 살면 집 곳곳에서 과거를 만난다. 잡동사니가 쌓여있는 다락방에는 어릴 때 읽었던 책도 있고 일기장, 객지에서 공부할 때 집으로 보낸 편지, 성적표 같은 성장의 흔적들도 남아있다.
그 중에서 방학 때마다 만들던 생활계획표를 발견했을 때, 문득 한 인물이 떠올랐다. 완전한 인격체가 되기 위해 절제, 침묵, 질서, 결단, 검약, 근면, 진실함, 정의, 온건, 청결, 침착, 순결, 겸손의 열세 가지 덕목과 거기에 따른 규율을 정하고 그 실천을 매일 점검한 사람이 바로 벤자민 프랭클린이다.
프랭클린은 17남매 중 15번째로 태어나 정규교육은 2년밖에 받지 못했다. 그러나 1790년 84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는 끊임없이 자기를 계발하고 새로운 일을 개척했다. 형의 인쇄소에서 견습공으로 일하는 것을 시작으로 인쇄소 경영, 신문 발행, 필라델피아 시의회 의원, 체신장관 대리, 외교관 등 수많은 직업을 가졌다. 또 항상 주변을 관찰하여 야경대, 소방대, 방위대의 조직, 가로등, 도로포장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것을 만들고 기존의 것을 개조하거나 조직화했다.
그는 자기성장을 위해 뜻이 맞는 열 두 명의 사람들과 ‘준토’라는 조직을 만들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했으며, 회원제 도서관을 만들어 아직 공공도서관이 출현하지 않았을 때 많은 사람들에게 독서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젊은이들의 교육을 위해 학술협회와 펜실베이니아 대학을 설립했고, 전기를 연구하여 피뢰침을 발명했으니 그의 활동영역은 가히 전방위적이었다.
그동안은 그를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한 인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새로이 그의 자서전을 읽는 동안 다가온 단어는 ‘성실’과 ‘관심’이었다.
자기 삶과 타인을 대하는 성실한 마음과 애정, 일상에서 항상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고 세밀히 관찰하여 문제점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태도가 왜 이리 새삼스러운지. 그의 인생은 단번에 큰 것을 이루고 싶어 지름길만 찾으며, 우직하게 기본을 지키는 삶을 오히려 바보스럽게 보는 오늘날 시류의 얄팍함을 너무나도 강하게 느끼게 한다.
프랭클린은 여러 해 동안 목표를 유지할 정도로 자신에게는 지독했다. 그러나 타인에게는 너그러웠던 걸까? “사람을 가르칠 때는 가르치지 않는 듯해야 하며, 그들이 모르는 것은 잊어버린 것으로 취급해주어야 한다.”고 했으니. 큰 재미도 없고 건조한 내용이지만, 이 책이 우리의 청소년들을 가르치지 않는 듯 가르치면 얼마나 좋을까.
강은슬/대구 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