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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개편 첫날 "빛바랜 교통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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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개편 첫날 "빛바랜 교통혁명"

입력
2004.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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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혁명'이 아닌 '교통대란'이었다.서울시 대중교통체계가 개편된 1일. 카드는 먹통이 되고 지선버스는 차로에 갇혀 옴짝달싹 못했고, 배차간격도 우후죽순으로 달라 곳곳에서 지각사태가 속출했다. 중앙전용차로를 달린 간선버스도 예상만큼 속도가 나지 않아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처럼 교통체계개편 첫날부터 갖가지 허점이 노출된 것은 시의 안일한 태도와 준비 소홀이 빚은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시행 첫 날 치고는 만족스러운 출발이었다"고 자평하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새 시스템이 안정될 것"이라는 근거없는 낙관론만 피력하고 있다.

교통카드 시뮬레이션 안해

첫날부터 지하철 대부분과 상당수 광역·마을버스들이 교통카드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은 서울시가 2002년 8월부터 23개월에 걸쳐 개편을 준비하면서 단 한차례도 시험운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 도로 포장과 버스외관 교체 등 외형적 준비에만 급급, 실제 운영 시스템에 대한 정비는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개편 첫날에는 그나마 간선버스와 지선버스의 요금이 무료여서 혼란이 덜했지만 요금결제와 환승할인이 시작되는 2일이 고비.

중앙차로 탄력운영 검토

이번 교통체계 개편이 간선버스 위주로 이루어지다 보니 지선버스 이용객들의 불만이 폭발 일보 직전까지 갔다. 간선버스가 상대적으로 원활한 소통을 보인 반면 지선버스는 텅텅 빈 중앙차로를 놔두고도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일반차로에 승용차와 한데 뒤엉켜 평소보다 극심한 정체에 시달렸다.

시는 이에 따라 간선버스와 광역버스만 운행되는 중앙차로를 가변차로로 탄력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음 보좌관은 "노선을 정밀분석해 이용객이 많고 운행거리가 긴 지선버스는 필요할 경우 중앙차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문제점을 보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지선버스에도 BMS 설치검토

이날 지선버스 일부노선은 배차시간이 30분 이상씩 벌어지는 등 배차간격 조정이 안돼 시는 5개노선에 11대 예비차를 긴급 투입해야 했다. 이는 전체 버스 8,000여대 중 지선버스 3,000여대에 버스관리시스템(BMS)단말기가 설치가 안됐기 때문. 시는 "짧은 거리를 운행하는 지선버스에까지 BMS단말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시민 불편을 고려해 지선버스에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앙차로 예상만큼 속도 안나

도봉·미아로 등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실시된 3곳의 운행속도는 시와 시민들의 체감속도가 판이하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오전 7시 50분 도봉·미아로의 출발점인 도봉동을 출발한 간선버스 150번은 마지막 기점인 종로4가에 55분이나 지나서야 도착했다. 그러나 시는 중앙차로 평균속도가 아직 산출되지 않았다면서도 시뮬레이션 예상속도인 29㎞보다 빠른 35㎞ 이상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요금인상에 환승불편까지…경기도민 "비싼 출근길" 분통

서울 대중교통체계 개편 첫날인 1일 경기지역 주민들도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바뀐 버스 번호와 노선 변경 사실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승객들은 버스기사에게 일일이 확인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고 일부는 지하철이나 다른 버스로 갈아탈 때 환승요금 할인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또 서울시내버스가 이날 하루 무료운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승객들이 서울버스를 골라 타 경기버스는 텅텅 빈 채 운행하는 진풍경을 빚기도 했다.

남양주시 호평동에서 서울 제기동 인근으로 출퇴근하는 상인 이모(59)씨는 지선버스 2231번(기존 도시형 165번) 노선이 상봉동까지 단축되면서 목적지를 2㎞가량 남겨두고 한번 더 버스를 타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용인 죽전동에 사는 윤모(41)씨는 이날 7007번 광역버스를 타고 강남역 회사까지 가는데 평소 2배인 1시간50분이 걸렸다.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양재IC로 빠져나가던 노선이 서초IC 진출로 바뀌면서 버스전용차로에서 버스 20여대가 엉켜 꼼짝달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30㎞안팎의 장거리를 왕복하는 경기지역 주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역시 요금인상. 통합거리비례제 시행으로 거리가 길수록 요금부담이 많아지는 데다 경기버스를 탈 경우 지하철이나 다른 버스로 갈아탈 때 환승료 할인혜택도 못 받기 때문이다.

광명시에 사는 김모(42)씨는 이날 도시형 버스를 타고 5㎞ 가량 떨어진 신도림역에 가서 전철로 바꿔타고 성수동 회사로 가는데 1,750원을 부담했다. 그동안 버스요금 650원과 전철요금 640원 등 1,290원을 내던 정씨는 매일 920원을 추가로 부담하는 꼴이 돼 한달 교통비만 2만2,000원을 더 쓰게 됐다.

성남시의 강모(20·여)씨는 "경기버스를 타고 잠실에서 내려 건국대로 가는데 지하철 요금 800원을 또 내야 해 손해 보는 기분"이라며 "서울버스노선이 없어 경기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환승료 할인이 안돼 한달에 3만여원을 그냥 버리는 셈"이라고 분개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혼란은 서울시가 경기도 입장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요금체계를 개편해 발생한 것"이라며 "경기도 버스도 환승료를 할인해 주는 등 서울시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교통개편 정착때까지 지하철·간선버스 이용을"

"대중교통 이용 혼잡을 피하려면 당분간 지하철과 간선버스 위주로 이용하세요."

서울 대중교통체계 개편 첫날부터 교통카드 불통 사고가 잇따른 데다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3곳에 추가로 시행되면서 대중교통 이용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새 교통 시스템이 익숙해질 때까지 운행 시스템이 거의 바뀌지 않은 지하철과 중앙버스차로를 이용하는 간선버스를 위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시내버스 가운데 지선버스와 순환버스 등은 중앙버스차로를 이용할 수 없어 도로 혼잡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버스전용차로제를 이용할 수 있는 광역버스와 간선버스는 일반 차로에 비해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앞으로 빠른 이동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버스 개편안에서는 지선버스와 순환버스, 마을버스 등은 요금체계만 지하철과 통합 운영될 뿐 중앙버스차로제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며 "불가피하게 환승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능한 한 간선버스와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빠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승용차 운전자인 경우에는 당분간 중앙버스차로제가 시행중인 곳을 우회하는 것이 낫다.

최진호 시 교통개선추진단장은 "당분간 버스중앙차로가 시행중인 구간은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승용차 운전자는 이 구간을 미리 파악해 가급적 피하는 것이 운행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단장은 "버스도 틈새 노선이 94개나 신설됐기 때문에 사전에 이 노선들을 세심히 파악해보면 기존 노선보다 훨씬 가까워진 경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시 버스 개편 홈페이지(http://bus.seoul.go.kr)와 인터넷 포털 서비스 등을 통해 이용자가 자주 오가는 노선을 파악해 두는 것도 요령"이라고 덧붙였다. 문의 (080-800-5656, 02―3707―8521∼5, 02―414―5005)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중앙차로 버스속도 市 "묻지마"/시스템미비 산출못해 빈축

'중앙버스전용차로 속도? 난 몰라!'

서울시가 이번 교통체계 개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버스전용차로의 운행속도를 산출해내지 못해 빈축을 사고 있다.

시는 1일 "새 버스관리시스템인 BMS가 중앙차로와 일반차로의 교통량을 구분하지 못한 채 데이터를 일괄해 보내와 현재로선 교통체계 개편 첫날인 1일의 차로별 평균 운행속도를 산출해낼 수 없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버스별 간선·지선 확정이 늦어져 버스 종류별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작업도 미처 끝내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시가 이번 버스체계 개편의 성패를 가를 관건으로 선전해온 중앙차로의 속도마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 교통정보반의 이경순 팀장은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모니터링 한 결과 중앙차로는 당초 시뮬레이션 때와 비슷한 시속 29㎞ 이상의 속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승객과 운전기사 모두 노선에 익숙치 않아 버스정류장 소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는 현재 BMS 데이터베이스의 서버 분리 작업을 진행, 1일 오후 퇴근시간과 2일 오전 출근시간의 차로별 속도는 산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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