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마누엘 두랑 바로수(48) 포르투갈 총리가 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25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차기 집행위원장에 공식 지명됐다.집행위원장은 EU의 각종 규제 등 정책을 수립하고 감독하는 실질적인 수장으로 그의 지명이 EU에 어떤 변화를 가져 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바로수 지명자는 포르투갈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 처음에는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지도 않았다. 그의 전격 지명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최선이라기보다는 가장 반발이 적었기 때문"이라며 "집행 위원장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치열한 쟁탈전의 반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바로수는 미국 조지타운대 박사 출신으로 이라크전을 지지한 대표적 친미주의자라는 점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적극적 지지를 등에 업었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 등 반전 국가까지 손을 들어 준 것은 '적절한 타협'이 이뤄졌다는 판단에서다. 바로수 개인의 성향과는 달리 본국 포르투갈이 전쟁에 반대하는 점이 프랑스를 움직였고 집행위원장 자리보다는 경제 담당 부위원장에 더 눈독을 들이고 있는 독일의 양보를 이끌어 냈다.
중도우파 시장경제주의자로 알려진 바로수 총리는 영어 불어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외교전문가로 1992년 외무차관 재직 당시 앙골라 내전 종식을 이끌기도 했다. 젊은 시절 좌파 사상에 심취했지만 1985년 포르투갈의 중도우파 정당인 사회민주당에 투신했다. 1992년 36세의 나이로 외무장관을 맡는 등 승승장구했으며 2002년 총리직에 올랐다.
그러나 그의 지도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EU의 앞날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그는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전이 촉발한 유럽의 분열양상을 정리, 통합을 도모하는 것이 최선의 과제"라고 밝혔다. 각국의 재정적자 해결과 EU 신규가입국인 동유럽 10개국과의 실질적 통합도 핵심 과제다. EU헌법의 출범과 터키의 EU 가입 문제 등도 코 앞의 현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대국 간의 거래에 의해 어부지리로 위원장 자리에 올랐다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그가 독자적인 카리스마와 추진력을 보여 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한편 7월 17, 18일 EU정상회담에서 최종 채택될 EU 헌법에 따라 신설된 초대 EU 외무장관으로는 하비에르 솔라나(61) EU 외교·안보 담당관이 지명됐다.
스페인 태생인 그는 물리학 교수에서 외교관으로 변신한 인물. 95년부터 99년까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이후 EU 관료로 변신해 국제 외교 무대에서 활동해 온,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인물이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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