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보육과 교육사업에 헌신하고 지금의 휘경여고를 설립하신 황온순 선생님의 삶은 사랑과 자비의 표본으로 남아 모든 교육가족의 귀감이 되고 있다. 황 선생님과 나의 어머니는 가장 친한 친구 사이였다. 두 분의 인연은 나와 선생님의 큰딸이 초등학교와 여고 동기생으로 만나면서 맺어졌다. 학부모 입장에서 처음 만난 두 분은 무려 반세기 동안 신뢰와 우정을 쌓아오셨다. 원불교 종사(宗師)이신 선생님의 권유로 어머니도 원불교에 입교했으며 두 분의 각별한 관계는 지금까지 내 인생의 거울이 되고 있다.황 선생님은 외모뿐 아니라 뛰어난 재치와 유머로 언제나 주위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타고난 사랑과 자비로움으로 유치원에서 어린이를 돌보시며 한국보육원을 창설해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기틀을 잡으셨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한국보육원의 제주도 이동 등의 활동은 영화 '전송가'로 만들어져 인류애의 참모습으로 각인되기도 했다.
젊은 사람들은 특유의 지도력과 자비로운 미소를 지닌 선생님을 많이 따랐다. 일에 대한 열정 역시 누구도 따라가기 힘들었으니 황온순 선생님은 타고난 여성지도자가 아닌가 싶다. 원불교도로서의 삶 역시 그처럼 진지할 수가 없다. 심신의 수양이나 재정적인 보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흔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설법을 펼치실 정도니 원불교도의 모범으로 남을 법하다.
항상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사셨던 선생님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큰 어려움 없이 성장하셨지만 스스로 검소하게 살아왔다. 학교와 종교단체와의 나눔을 행복으로 삼으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을 평생의 철학으로 지켜왔던 선생님의 대범함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머니가 1988년 돌아가시자 누구보다 나를 진심으로 위로해 주셨던 황온순 선생님. 선생님을 뵐 때마다 친어머니 같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위대한 사회지도자로서, 모두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서, 황온순 선생님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삼가 머리 숙여 명복을 빕니다.
/김옥렬 前 숙명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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