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4조2교대 방식으로 휴일 수를 파격적으로 늘렸던 유한킴벌리. 이 회사 근로자들은 4일 일하고 4일 쉰다. 이렇게 많이 노는데도 생산성이 높아지고 이익이 늘었던 이유는 쉬는 4일 중 하루 꼴로 이뤄진 사내 교육의 힘이다.현장경험이 많고 기술이 뛰어난 근로자들을 전임 사내교수로 선발, 품질관리 안전 직무교육 등을 가르치도록 한 것. 근로자 9명당 사내교수가 1명 꼴이다.
이 결과 1인 당 생산성(생리대 기준)은 1998년 시간당 1만5,000개에서 지난해 2만2,000개로 향상됐고 99년 0.76%이던 재해율은 지난해 0%로 떨어졌다. 포장이 잘못된 제품을 걸러내거나 이물질이 든 제품을 솎아내는 시스템도 모두 현장 근로자들이 직접 고안해냈다. 단순 생산직에 불과했던 공장 근로자들이 생산 전문가 집단으로 변모한 것이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주당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주5일제는 인건비가 평균 12% 상승하는 위기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생산성을 어떻게 끌어올리냐에 따라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유한킴벌리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오전 회의도 가급적 삼가는 집중근무제 켐페인을 실시중이다. 국민은행은 2년 동안 직원 8,000명에게 주말 연수를 이수하도록 했다. 모두 생산성 향상으로 인건비 상승분 이상의 효과를 내기 위한 노력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승택 연구위원은 "생산성을 높이려면 직원들의 시간관리, 동선관리를 철저히 해 노동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며 "이런 차원에서 주5일제는 곧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근로자 개개인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자원이 되고, 사람 수와 기계 대수로 승부하던 전통적인 경제가 혁신주도형으로 변화하는 신호탄이라는 얘기다.
시장의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주5일제는 기업에게 기회요인이다. LG패션은 2월부터 금요일 패션(Friday look) 개념을 도입, 매출을 크게 올렸다. 출근 복장으로도 어색하지 않으면서 회사 문만 나서면 주말을 만끽할 수 있는 패션 트렌드를 만든 것이다. 등산복 소재인 '고어텍스'를 남성 정장에 접목한 '마에스트로 캐주얼'이 대표적이다.
금요일 오후에 출발, 월요일 새벽에 도착하는 여행상품(요일마케팅), 레저 콘텐츠와 이동통신의 접목(복합서비스), 매니아를 겨냥한 타깃 마케팅 등 새로운 마케팅 개념들도 쏟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시장을 개척하기에 따라서는 주5일제가 내수불황 타개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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