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디지털위성방송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데는 어린이 전문채널의 공이 크다. 제1 민방 TF1이 ‘세일러 문’ 같은 일본만화로 아이들을 현혹시키는데 질색하던 프랑스 부모들이 “그보다야 낫겠지” 하는 심정으로 위성방송의 디즈니채널을 선택한 것이다.어린이방송은 만들기 어렵다. 만화나 인형극을 빼면 달리 내세울 것도 없다. 공영채널 France 3은 한때 어린이 뉴스를 편성했지만, 시청률을 얻는 데 실패했다. 이처럼 ‘먹을 것 없는 잔칫상’으로 인식된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알고 보면 별 것 아니에요’는 빛을 발한다.
올해로 방송 10주년을 맞은 France 3의 ‘알고 보면…’은 과학의 원리를 알기 쉽게 풀어가는 탐구 프로그램. 이론과 실제를 적절히 접목해 교육과 오락적 효과를 동시에 창출하며 평균 30% 이상의 시청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알고 보면…’에는 무대가 따로 없다. 실험실로 개조한 대형 컨테이너를 매단 하얀 트럭을 타고 다양한 주제에 따라 전국을 누비기 때문. 공룡 진화, 인체의 신비 등은 물론 당구, 여론조사, 마케팅과 광고 같은 낯선 주제도 다루는데 진행자들은 이론설명, 현장취재, 전문가 인터뷰 등 역할을 나눠 프로그램을 짜임새 있게 끌어간다.
낡은 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컨테이너 속에서 이론을 설명해 보이는 자미, 등산화를 끌고 산과 도시, 공장 등 현장을 찾아가는 장난꾸러기 프레드, 박물관 경찰서 학술원 등에서 전문가들을 만나는 깜찍한 사빈은 모두 기자들이다. 이들은 철저한 사전답사를 바탕으로 어려운 얘기를 쉽게 풀어간다.
‘알고 보면…’의 백미는 효율적 설명. 흔한 컴퓨터자료 하나 없는 실험실에서는 색깔 마분지 카드, 조립장난감보다 간단해 보이는 모형만 가지고 실험이 이뤄진다. 그러나 간단해 보이는 모든 기구들은 원리를 ‘한 눈에 보여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만들어졌다.
모든 학문 영역에 고루 자리를 내주는 ‘알고 보면…’은 대선 당시 여론조사의 이치와 문제점을 설명해 호평을 받았다. 2003년 파리대학이 주최한 ‘최고 경제 프로그램’ 수상작에 ‘알고 보면…’의 마케팅과 광고 편이 선정된 것도 이러한 노력 덕이다. 실생활에서 응용되는 학문의 이론을 쉽고도 정확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알고 보면…’은 30분 동안 버릴 것 하나 없는 알뜰한 프로그램으로 어린이와 부모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오소영 프랑스 그르노블 3대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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