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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외교]<3>외시 순혈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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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외교]<3>외시 순혈주의

입력
2004.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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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있었던 외교부 국장급 인사가 끝나자 '12기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돌았다. 1978년 12회 외무고시에 합격한 외무 공무원들이 본부 국장 자리를 싹쓸이한 것을 빗댄 것으로 이는 외교부 내에 만연한 '끼리끼리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현재 외시출신이 외교부 전 직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60%. 고시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이들은 그간 한국외교의 첨병으로 활약해왔으나 엘리트의식에 젖은 '순혈주의'에 매몰됐다는 비판도 받아 왔다. 때문에 외교관 선발방식에 대한 수술은 매번 외교부 시스템 개혁의 근본적인 대상으로 지적돼왔지만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외교부 내에서 외시출신 외교직 공무원이 아니고선 제대로 대접받기 어렵다. 중동지역 전문가로 특채됐던 모 서기관은 10년동안 승진이나 순환보직에서 배제된 채 중동지역에만 붙박이로 근무하다 도저히 못 견디겠다며 사표를 내야했다. 당사자는 올해 재채용 형식으로 본부근무를 하게 됐지만 외시출신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90년대 후반 통역요원으로 채용된 전문가들도 5년이 넘도록 사무관 승진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외시 중심의 충원시스템에 밀려 지역·언어 전문가의 특채 자체가 유명무실한 형편이다. 최근 10년동안 특채를 통해 뽑은 전문가는 20여명 이지만 대부분이 언어 전문가들로 중동이나 중남미 등 전략지역 전문가는 전무하다. 외교부 업무 가운데 행정과 영사 등을 전담하는 직렬인 외무행정직 공무원들도 외시출신에 밀려 제 기능을 못하긴 마찬가지다.

주요국 영사업무는 수적으로 다수를 점하는 외교직이 대부분 차지하는 바람에 이들은 아프리카 등 오지 공관에나 발을 붙이고 있다.

이에대해 외교부 내에서도 "정무·통상 외교를 담당하는 외교관과 별도로 영사나 행정을 전담할 인력을 나누어 채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의 외교부조직도 이 같은 이원적 시스템에 가깝다.

외시 순혈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국민서비스 소홀로 나타난다는 점. 한 전직외교관은 "외시출신은 재외공관에서 정무·통상직 대신 영사직을 맡을 경우 적당히 임기만 때우려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순혈주의는 외교부 하향평준화의 주범으로도 꼽힌다. 외시 기수를 중심으로 승진이 결정되다 보니 경쟁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다.

이용중 동국대 교수(국제법)는 "국제법 지식이나 뛰어난 국제정치적 감각,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측정하는 데 현재 외무고시는 아무런 기능도 못한다"며 고시폐지론까지 주장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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