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환은 가요계에서 가장 먼저 미국 문제를 입에 담은 사람 중 하나다.노래를 찾는 사람들 시절에 만든 노래들을 제외하면 98년 5집 중 김남주의 시에 곡을 붙인 ‘3ㆍ8선은 3ㆍ8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가 있었고, 전작에도 ‘매향리의 봄’에서 주한 미군 문제를 노래했다.
3년 만에 발표한 여덟번째 정규 음반 ‘외침!!’에서 그의 목소리는 더욱 힘이 세진 느낌이다. 2002년 이후 우리사회 전반에 불기 시작한 반미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한다. 안치환도 “월드컵 이후 예전부터 생각하던 미국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고, 그 결과 처음으로 전면적인 문제제기를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15곡의 새 노래 중 ‘피 묻은 운동화’ ‘아메리카’ ‘스톱 더 워’ ‘총알받이’ ‘오늘도 미국 대사관 앞엔’ 5곡이 모두 미국과 관련한 노래들이다. 미군 탱크에 깔려 숨진 심미선 신효순양을 추모하는 정지원의 시에 곡을 붙인 ‘피 묻은 운동화’를 제외하면 모두 직접 노랫말을 썼다.
에둘러 말하기도 했던 이전 노래들과 달리, 새 노래들은 대단히 직설적이다. ‘맘에 들면 쿠테타 도와주고 꼭두각시 세워놓고 지켜주고/ 수 틀리면 언제든지 한 순간에 쌍둥이 빌딩처럼 날려 버릴 때/ Fucking America, Dirty America여!’ (‘아메리카’에서) ‘그대가 부르짖는 자유-ㄴ 힘없는 나라의 서러운 피다/ 그 피로 배가 부른가 아하, 살찐 USA’ (‘스톱 더 워’에서)
미국과 관련한 그의 문제의식이 주로 전쟁에 닿아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와중에 미국에 가겠다고 미국 대사관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에게서 느낀 씁쓸함도 ‘나는 미국이 싫소’(‘오늘도 미국 대사관 앞엔’에서)라는 분명한 메시지로 표현했다. 안치환은 “이런 이야기들을 어떻게 돌려서 말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명확한 메시지와는 달리 안치환은 자신과 자신의 노래에 ‘반미’라는 딱지가 붙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 “친미냐, 반미냐의 이분법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미국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는 현실인식으로 봐달라”는게 그의 바람이다. 그렇더라도 분명 ‘반미’라는 커다란 흐름은, 안치환의 노래들이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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