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에게 조사팀을 보내 조사협조를 요청, 김 사장의 출두 약속을 받았다. 김 사장이 김선일씨 피살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긴 하지만 현재로선 범죄혐의가 없는 일반인 신분이어서 최대한 예우하면서 조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김 사장이 감사원의 요구를 순순히 응낙한 것은 김선일씨 피랍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점점 확대되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 사장이 조사 거부의사를 밝히더라도 감사원으로서는 사실 별 도리가 없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조사를 거부하면 감사원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이 같은 벌칙조항은 실제 적용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일단 이날 저녁 부산으로 내려가 고 김선일씨 유족을 위로한 뒤 서울로 올라와 1일 오후 2시 감사원에 출석할 것을 약속했다. 감사원은 김씨가 원한다면 비공개로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감사의 초점은 김씨 피살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있다. 김씨의 피랍사실을 알고서 20일이 넘도록 이라크 주재 대사관에 알리지 않고 단독으로 협상을 벌인 이유가 진실규명의 첫번째 열쇠다. 김 사장은 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사건을 자체 해결하려고 했으며 미군측에도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 해결 과정에서 한국대사관을 네 차례나 방문하면서 한마디 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김 사장이 미군측 개입을 부인하고 있지만 피랍사실이나 납치단체와의 협상에 미군이 얼마만큼 개입했는지 여부도 풀어야 할 숙제다. 김 사장은 이날 인천공항에서"12일쯤 피랍사실을 알았으며, 피랍시점을 바꾼 것도 1번뿐"이라며 "미군으로부터 피랍사실을 알았다는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납치단체가 2곳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는 것이 없고 기관(감사원)에 가서 얘기하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한편 김씨의 입국을 바라보는 외교통상부는 착잡한 표정이다. 김씨의 진술에 따라 그 동안 외교부에 집중됐던 각종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와 현지공관의 잘못이 드러나 또 다른 죄목이 덧씌워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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