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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선일씨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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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선일씨 영결식

입력
2004.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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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를 용서합니다, 당신들을 사랑합니다"이역 만리 이라크 땅에서 날아 든 비통한 소식 앞에 형제들은 밤새 울부짖었고 어머니 아버지는 혼절해 몇 번을 넘어졌습니다. 선일이가 납치되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알려지면서 살을 도려내는 슬픔은 억누를 수 없는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선일이는 죽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앞에 죽지 않고 남겨진 선일이의 꿈이 있었습니다. 생명이 위험할지라도 영원히 품고 사랑하고자 했던 이라크였습니다. 우리의 분노는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선일이가 죽기까지 당신들을 사랑했듯이 그 사랑으로 우리 모두는 당신들을 용서합니다. 우리 모두가 당신들과 당신들의 나라 이라크를 사랑하는 것이, 바로 선일이의 꿈이었음을 대신 전하고 싶습니다. 한국과 세계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하나되어 이라크를 사랑하는 것 안에 선일이가 꽃피우고자 했던 꿈이 있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통곡하고 싶지만 기쁨으로 고백합니다. 이라크를 용서합니다.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부디 편히 잠드소서…. 그리고 우리는 이라크와 이라크인을 용서합니다.'

고 김선일씨 영결식이 30일 오전 10시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유족과 정·관계인사, 기독교인, 시민 등 3,000여명의 오열 속에 기독연합장으로 치러졌다.

최홍준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영결식은 추모기도에 이어 고인의 절친한 후배 임보혜(24·여)씨의 추모시 낭송, 허남식 부산시장의 추모사, 약력소개, 화해 메시지 전달, 유족대표 인사, 헌화 등 순으로 이어졌다.

임씨는 추모시에서 "서슬 퍼런 칼 앞에 얼마나 무서웠느냐. 당신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했던 우리는 할말이 없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특히 임씨가 시 낭송을 마친 뒤 김씨가 무장세력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울부짖었던 'I don't want to die, I want to live(죽고 싶지 않아요, 살고 싶어요)'를 외치며 절규하자 장내는 울음바다로 변했다.

약력 소개에 이어 유족대표 장진국(38)씨가 '이라크를 향하여 전세계로'라는 주제로 "고인의 꿈을 기려 이라크와 이라크인을 용서한다"는 내용의 화해의 메시지를 전세계에 전했으며, 가수 윤형주(57)씨는 고인의 유품인 통기타를 직접 치며 추모곡 '순례자의 노래'를 부르며 넋을 달랬다. 누나 향림(41)씨는 유족대표 인사에서 "동생의 죽음이 이라크와 중동평화에 한 알의 밀알로 남기를 원한다"며 국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아버지 김종규(69)씨와 어머니 신영자(59)씨 등 유족들은 '내 아들이…, 우리 오빠, 동생이…'를 되뇌이며 눈물도 메말라 버린 듯 비탄에 젖어 고개를 떨구었다.

영결식에는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 한나라당 김형오 사무총장 등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노무현 대통령도 문재인 시민사회수석을 보내 애도의 뜻을 전했다. 영결식장에는 고인의 대형 영정과 함께 우리말과 영어, 아랍어로 된 '나는 이라크를 사랑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연단 좌우 대형 스크린에는 고인의 어릴 적 모습 등 추모영상이 비쳐져 장내를 숙연케 했다.

영결식에 앞서 유족들은 오전 7시30분께 영정만 들고 본가인 부산 동구 범일동 안창마을에 들러 고인의 영혼을 위로했다. 고인의 시신은 오후 2시께 금정구 선두구동 영락공원으로 운구돼 유족들의 오열 속에 하관예배를 마친 뒤 안장됐다.

한편 김씨의 장례식에 맞춰 이라크 파병반대 범국민행동과 이라크 파병반대 부산지역 평화행동은 이날 오후 7시 서울과 부산에서 범국민추모제를 가졌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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