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양성화 조치로 양지에 올라섰던 대부업체들이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다시 지하시장으로 숨어 들어가고 있다. 시중의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채 이자율은 최고 400%까지 치솟는 등 외환 위기 당시의 살인적 고금리가 재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2년10월 대부업법 시행 이후 5월말까지 전국 16개 시·도에 등록한 대부업체는 1만5,612개로, 이 중 25.0%인 3,899개 업체가 자진 폐업 등으로 대부업 등록이 취소됐다.
대부업 등록 업체 4곳 중 1곳이 다시 음성적인 불법 사채시장으로 돌아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부업체 등록 취소율은 지난해 6월말 6.1%에 불과했으나 연말 17.1%로 치솟은 뒤 올 1월 19.0%, 2월 21.0%, 3월 21.9%, 4월 23.0% 등으로 1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는 추세다. 특히 5월의 경우 하루 평균 등록 취소업체 수가 17개로 등록 업체 수(16개)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로 숨어 드는 대부업체가 늘어나면서 연초 연 200%대에 머물던 무등록 대부업체들의 이자율도 최근 연 400%까지 치솟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를 분석한 결과 3월말에는 불법 사채업자들의 이자율이 200%대 초반에 불과했으나 최근엔 최고 400%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신용카드 이용 한도 축소 등 기존 서민금융기관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지하 사채시장에 다시 고객의 수요가 몰리고 있는 탓도 있지만, 대부업법 자체가 별다른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높다. 등록 업체에 대해 전혀 인센티브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 무등록 업체에 대한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4만 곳의 무등록 업체를 경찰에 통보했지만 실제 단속이 이뤄진 곳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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