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를 딛고 지난해 라디오 DJ로 방송에 복귀한 클론의 강원래(35ㆍ사진)가 TV 진행자로도 나선다. 2000년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강원래가 8일부터 진행하는 TV 프로그램은 경인방송이 신설하는 ‘강원래의 미스터리 헌터’ (밤 11시). 기이하고 무서운 이야기들을 모아 재구성하고, 이를 소재로 강원래와 패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다. 강원래는 가수 시절 게스트로 수많은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진행은 처음이다.경인방송이 강원래에게 프로그램을 맡기기로 한 것은 DJ로 솔직하면서 재치있는 말솜씨가 돋보인 탓도 있지만, 국민가요가 되다시피 한 ‘꿍따리샤바라’와 장애를 극복해가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강원래도 ‘내게 찾아오는 기회를 자꾸 피하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다’는 생각에서 수락했다고 한다.
사고 후 한참 실의에 빠져있던 2002년, 구준엽과 월드컵 송을 불러 달라는 제의를 거절한 것은 지금도 큰 후회로 남아 있다. 또 자신의 TV 출연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준다는 점도 고려했다. 강원래는 휠체어에 앉은 모습 그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6일 첫 녹화를 앞둔 강원래의 자세는 무척 적극적이다. 벌써 주변에서 들은 무서운 이야기를 제작진에게 전달하고, 귀신이 나온다는 폐가에서 자신이 혼자 밤을 세워보는 설정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진행은 다소 직설적으로, 철저하게 시청자의 입장에서 할 생각이다. “저는 겁이 많은 편이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무서운 캐릭터로 다가가겠다”며 씩 웃는다.
방송에 복귀하기까지 강원래는 부정-좌절-분노-수용이라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는 열심히,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이 달 중순부터는 자신이 대학을 나온 강원도 강릉에 ‘클론 댄스스쿨’을 열고 머리로, 입으로 춤을 추고 가르친다. 다만 본격적인 가수활동은 내년을 목표로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할 생각. 재활하며 써둔 “운동권적이고 어두운” 랩들이 이미 꽤 된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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