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은 우리 출판계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날이었습니다. 첨단 정보산업이라고 일컬어지던 출판계의 위상과는 걸맞지 않게 어느 산업에도 뒤떨어졌던 출판물의 물류, 유통에 첨단시스템 도입됐기 때문입니다. 파주출판단지에 동양 최대, 아니 세계 최대 규모의 출판물 저장, 유통 시스템이 가동된 것이지요.그 시스템이 한 회사의 것이기는 하지만, 크지 않은 한국 출판계로서는 누구나 내 것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출판계의 물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아직도 낙후한 것이 현실입니다. 대부분의 거래가 위탁판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반품이나 재고 도서의 처리 또한 전근대적이고 소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위탁판매란 출판사에서 서점으로 책을 보내 팔아 달라는 것이죠. 서점과 출판사 사이에 약간의 협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새책의 경우 적당히 보내고 적당히 팔다가 반품하는 것이 관행입니다. 따라서 출판사 장부에는 매출이 100만원이라 하더라도 실제 매출은 분명치 않고, 그 매출이 언제든 반품과 함께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출판사 경영 또한 막연히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제품은 나갔지만 수금은 안 되는 현실, 어떤 책이 몇 부 팔렸는지 확인할 수 없는 현실, 우리 출판계의 오늘입니다.
이제 세계 최대, 최첨단의 시스템이 도입된다고 합니다. 이번만큼은 운영하는 쪽이나 그 시스템을 활용할 출판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출판계 최대의 숙원사업을 이루어내야 하겠습니다. 그 길만이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이라는 오늘의 현실을 극복하고, 독자들과 함께 좋은 책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출판인들의 성실성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김흥식 서해문집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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