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살인방조죄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사건의 맥락과 현행 법에 비추어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환자의 부인이 강력히 요구했더라도 사망 개연성이 높은 중환자를 퇴원할 수 있게 한 것은 살인을 도운 행위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1심 판결 이후 비상한 관심을 끌어온 보라매병원사건은 이로써 6년 만에 마무리됐다.그러나 남는 과제는 많다. 인간의 생명과 소생 불가능한 경우의 치료에 관한 문제등 사회 전체가 더 논의하고 합의점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특히 의료계는 대법원의 판결이 의료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미 1심 판결 이후 두드러진 과잉 방어진료현상과 그에 따른 문제점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할 수 있다. 소극적 안락사의 문제까지 다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건을 생명연장 치료에 대한 판단의 준거사례로 삼을 수는 없다. 가족들의 적극적 치료의지 여부, 생명 처리에 대한 합의문제 등을 감안할 때 일반화시키기 어렵다. 다른 경우라도 소생 가능성에 대한 판단, 치료 중단이 사망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미필적 인식의 정도, 가족들의 고통 따위를 일률적으로 재단하기는 힘들다.
다만 품위있는 죽음이나 삶의 질, 생명윤리와 같은 측면에서 유사한 사건과 갈등이 자주 생길 수 있으므로 법과 현실의 괴리에 초점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임종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의사협회의 지침은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지만, 법적으로는 수용되지 않았다. 정부로서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정간호를 활성화하는 방안, 식물인간에 대한 치료기준 등을 마련해야 하며, 각 개인들로서는 죽음에 관한 사전 의사표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절실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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