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선일씨의 비통한 죽음 이후 기독교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고인이 현지서 특정 교회와 관계를 맺고 선교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피살된 데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이라크 추가파병 등을 둘러싼 교파간 찬반논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단체와 교회 홈페이지에는 온갖 소문이 난무하면서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조짐이다.
교계가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부분은 일부 교회 신도들이 김씨의 피랍사실을 알 자지라 보도(6월 21일) 이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다. 인터넷뉴스인 오마이뉴스는 29일 "국내 S교회의 홈페이지에 김씨가 2주일 전에 피랍됐고, 그 동안 구출협상을 벌였으나 위급한 상황"이라는 모 교회 신도의 이메일과 피랍사실을 알고 현지에서 기도모임을 했다는 선교팀의 증언을 공개했다. 이 사실이 맞다면 김씨가 다닌 이라크 바그다드 한인연합교회 주변은 물론, 국내에서도 피랍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는 것이 된다.
이와 관련, 이라크에서 선교활동을 해온 온누리교회는 관련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교회는 이라크 선교 전담 전도사를 두고 선교프로그램을 운영해왔을 뿐 아니라 이번 사건의 핵심에 있는 가나무역과도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특히 이 교회 청년 대학부 소속 교인 4명이 이 프로그램에 따라 활동해왔고, 가나무역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온누리교회는 28일 자료를 내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공식 해명했다. 이 교회는 지난 해 바그다드 장로교회의 요청으로 현지에 한인연합교회를 설립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고인과의 직접적인 관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김씨는 온누리교회의 선교사가 아니며 단지 현지 교회에 출석했던 성도였고, 온누리교회가 파견한 선교팀들이 피신한 직후 현지 교회에서 설교자로 예배를 인도했을 뿐이라는 것. 고인의 장례절차를 주도하고 변호사를 선임해준 것도 유족들이 간청했기 때문이라고 이 교회는 밝혔다.
교계는 김씨의 영결식을 사상 유례 없는 '기독연합장례예배'로 치렀지만 그 의미와 형식을 두고도 미묘한 파열음이 나왔다. 장례를 주도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김씨가 이라크 선교활동을 위해 순교한 것으로 여기는 반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측은 종교적 차원으로 보기보다는 개인을 보호하지 못한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라크 파병문제에 대한 교계의 찬반 논란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반전평화연대'와 '이라크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 등 진보적인 단체들은 김선일씨 죽음을 계기로 파병 철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전평화연대'의 최재봉 목사는 "사랑과 평화를 지켜야 하는 신앙인으로서 추가파병을 두고 볼 수 없고, 파병되더라도 철수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기총은 "전쟁이 있어서는 안되지만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며 조기 추가 파병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교계의 한 목사는 "김씨의 죽음은 종교적 입장에서 지나치게 포장돼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정치적 주장을 위해 악용돼서도 안 된다"며 "진정한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생각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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