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만장만 팔려도 대박입니다."가요계 불황의 끝이 안 보인다. 2001년부터 시작된 불황이 해를 거듭할수록 깊어지고 있다. 음반 ‘1만장=대박’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한국영화가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로 1,000만 관객시대를 연데 반해, 1990년대 중반 밀리언 셀러 시대가 시작되었던 가요는 몇 년 사이에 회복불능이라 할 정도로 추락한 셈이다.
실제로 밀리언 셀러는 2002년 이후 단 한 장도 없다. 한국음반산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5월말 현재 올해 발매된 음반 중 10만장 이상 팔린 음반은 불과 9장. 1월 발매된 서태지 7집이 47만6,439장으로 가장 많이 팔렸고, 신승훈 9집과 코요태 6집이 각각 23만2,927장과 21만1,064장으로 20만장 선을 겨우 넘겼다. 나머지는 박효신 4집, SG워너비 1집, 김동률 4집, 동방신기 1집, 테이 1집, 김윤아 2집 순.
상반기 최고의 히트곡으로 꼽히는 ‘친구여’가 수록된 조PD 5집도 5만장이 채 안 팔렸다. 불과 4년 전 조성모 god 서태지 등 밀리언 셀러 4장을 포함해 10만장 이상 팔린 음반이 81장이나 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음반이 움직이지 않으면 공연도, 모바일도, 결코 호황일 수 없다. 이제는 음악 자체가 아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듯한 분위기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불황을 극복할 묘안이 없다는 것. 가요 관계자들은 너나 없이 MP3의 확산이 가장 직접적이고 파괴적인 원인이라 말한다. 톱 가수 A의 매니저는 “노래는 당연히 공짜로 듣는 것이라는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음반시장의 불황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이미 공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의식을 되돌릴만한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모든 가요계의 고민이다. 그나마 소비자들에게 가요계 전체가 사활을 걸고 매달리고 있다는 인상도 많이 주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음원사업은 아직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록 밴드 B의 제작자는 “스크린쿼터를 사수하겠다며 한 목소리로 똘똘 뭉치는 영화계가 부럽기만 하다”고 토로한다.
난국을 타개할 비책이 없다면 정공법이 최선일 수도 있다. 역시 좋은 음반을 만드는 것 뿐이다. 가요관계자 C는 “어쩌면 이 불황은 당장의 인기에 급급해 질 낮은 음반을 생각없이 제작해온 호황기의 어두운 뒷면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타이틀 곡 하나에 다른 노래를 끼워 팔듯 만든 음반들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돈 주고 사기보다 그냥 다운로드나 받자는 생각을 가지도록 했다는 지적이다. 다행히 이 달 초 안치환 넥스트 세븐 박화요비 등 음반에 공을 들이는 가수들이 잇달아 음반을 낸다. 금방 뒤집어지지는 않겠지만, 이런 가수들과 그들의 작품에 한가닥 희망을 걸어보는 수 밖에 없다. 음반은 죽어도 음악은 죽지 않기 때문이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