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구구구궁….’1888년 7월15일 이른 아침,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아이즈의 산하가 거친 대지의 맥박으로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땅의 울림은 점점 거세졌고 산짐승과 새들은 마구 날뛰며 울부짖었다.
잔뜩 겁에 질린 주민들이 공황상태에 빠져 허둥대는 사이, 정점에 달한 진동은 엄청난 굉음과 함께 땅을 뚫고 나왔고 천지는 암흑으로 변했다. 대지 깊숙이서 용암과 끓던 수증기가 반다이산(磐梯山)의 봉우리 하나를 날리며 터져 나온 것이다.
후쿠시마는 사시사철 라운딩을 즐길 수 있는 골프의 천국, 반다이 산 중턱에 자리잡은 멜로우드CC에서 한 골퍼가 힘찬 티샷을 하고있다.
● 화산폭발 이후 새 생명의 땅
이 대분화는 당시 54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참사였다. 하지만 100여년의 시간은 이를 새 생명의 땅을 여는 부활의 씨앗으로 바꿔놓았다.
분화로 무너져 내린 토사는 강을 막고 들을 덮어 수십개의 호수와 늪으로 이뤄진 반다이고원을 만들었다. 지구의 나이에 비하며 순간에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에 자연은 인간의 힘을 빌리지 않은 채 스스로 깨어났고, 수천 수만 동식물의 천국을 만들어내 반다이고원을 일본의 최고 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하늘로 오르는 계단’이란 뜻의 반다이산은 높이가 1,819m에 달해 ‘아이즈의 후지’로 불리는 명산으로 아름답고 웅장하다. 여전히 살아있는 화산인 반다이산 주변의 경치중 백미는 반다이고원의 크고 작은 수십개의 호수와 늪으로 이뤄진 고시키누마(五色照ㆍ오색조)다.
이 곳의 물빛은 일반 호수와 달리 남태평양 산호바다의 색감을 그대로 닮았다. 물에 분화 분출물인 광물질이 녹아있고 화산에서 나온 강산성의 물과 알칼리성의 온천수가 섞이면서 햇빛에 산란돼 짙은 녹색, 옥색, 사파이어블루 등 다양한 물빛을 만들어낸다. 늪을 따라 조성된 1시간 코스의 산책로를 걷다 보면 싱그러운 생명의 기운이 온몸을 흠뻑 적신다.
● 온천의 땅 후쿠시마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후쿠시마현은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동북쪽으로 1시간30분 가면 나온다. 서울과 위도가 비슷한 이곳의 자연경관과 후덕한 전원 분위기는 한국의 여느 시골과 같다.
일본에서 3번째로 큰 현인 후쿠시마현은 크게 서쪽 반다이산을 중심으로한 산악지역 ‘아이즈’, 중앙 도시가 발달한 평원지역 ‘나카도리’, 태평양 연안의 ‘하마토리’ 3곳으로 구분된다. 산과 바다를 함께 접하고 있어 자연의 혜택도 크고,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많다.
우선 일본에서도 최고의 수질을 자랑하는 130여개의 온천이 현 전체에 고루 퍼져있다. 고원에 자리잡아 계곡 물소리가 운치있는 아시노마키 온천이나 바닷가의 이와키유모토 온천은 1,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들이다. 병풍처럼 둘러싼 산이나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노천온천을 즐기는 멋이 그만이다.
이와키시의 하와이안리조트처럼 가족과 함께 즐길 곳도 많다. 거대한 돔에서 다양한 온천풀을 체험하고 폴리네시안 민속춤 공연 등을 관람할 수 있다. 또 리조트 내의 요이치 노천욕장은 동양 최대의 노천탕으로 목조 지붕이 꽤 운치있는 명소. 에도시대부터 문을 열었다는 이 노천욕장은 옛 방식 그대로 운영돼 샤워기는 물론 수도꼭지 한대 없이 물긷는 나무 바가지가 유일한 목욕 도구다. 남탕 청소부도 일본 전통의상을 한 여자여서 처음 찾는 이들은 흠칫 놀랄 수 있다.
2000년 개관한 '아쿠아마린 후쿠시마'는 현 교육청이 운영하는 해양박물관.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후쿠시마 바다의 특징을 테마로 삼아 해양생물은 물론 바닷속 지층까지 생생히 재현해냈다.
● 골프의 천국 후쿠시마
후쿠시마현은 사시사철 맘껏 라운딩을 즐길 수 있는 골프의 천국이다. 60여개의 골프장이 산악지역에서 바닷가까지 고루 퍼져있어 취향에 따라 색다른 골프체험을 할 수 있다.
해발 700m 이상에 지어진 골프장이 많아 한 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바닷가인 하마토리 지역은 해양성 기후 탓에 영하로 떨어지거나 눈오는 날이 거의 없어 한겨울 골프는 일본의 남쪽 큐슈지방 보다도 낫다는 평가다.
후쿠시마 골프의 가장 큰 장점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덕분에 여유롭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것. 한적한 분위기에 멋진 풍경을 벗삼아 맘만 먹으면 하루 36홀도 가능하다. 최고의 시설과 코스는 말할 것도 없고 비용도 저렴하다.
이와키시의 교민인 팜스링스호텔 조한배 사장은 “최근 일본의 경제침체로 여러 골프장이 도산하는 등 골프장 운영이 어려워지자 한국 골퍼들에 대한 러브콜이 본격화했다”며 “요금을 대폭 낮춰 중국이나 동남아 골프상품과도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일본의 선진 시설과 서비스, 비행기로 2시간 거리라는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성원기자
● 여행수첩-인천서 주3회 직항
아시아나항공이 인천공항과 후쿠시마공항을 주3회 직항한다. 일부 호텔에 한국어 안내원이나 안내문구가 마련돼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호텔과 골프장 등에서는 영어 사용도 쉽지않은 편이다. 후쿠시마공항의 면세점은 매우 협소해 출국때 인천공항을 미리 이용하는 게 좋다. ㈜인터내셔녈 커뮤니케이션(www.japanpr.com)에서 새 여행상품을 기획중이다. (02)737-1122, 0532
/후쿠시마=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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