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30일 입국키로 함에 따라 김선일씨 피살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정부 관계자는 29일 "김 사장이 29일 낮 이라크에서 요르단 암만행 비행기에 올랐으며, 암만에서 두바이로 이동해 대한항공편으로 귀국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김 사장에게 협조를 요청,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김씨 피랍 후 김 사장의 김씨 피랍사건에 대한 잇단 진술 번복과 계속된 귀국 연기는 추측과 의혹들로 확대 재생산됐다. 때문에 김 사장이 귀국, 사실을 밝힐 경우 피랍사건의 책임소재와 외교시스템의 문제점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사장의 행보 중 가장 의심되는 부분은 김씨가 지난달 31일 실종된 뒤 3일 피랍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왜 18일 동안 현지 공관에 이를 알리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김 사장은 "현지 변호사를 통해 김씨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공관에 알리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4차례나 대사관을 방문하면서도 전혀 언급이 없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김 사장은 알 자지라방송이 김 씨 피랍사실을 보도한 직후 피랍 시점을 처음에는 17일이라고 말했다가 이어 15일로, 또 5월31일로 거듭 번복했다.
김 사장이 풀어야 할 또 다른 의혹은 김씨 피랍사실을 미군이 인지했느냐의 여부. 가나무역의 원청업체인 AAFES는 현역 미군 장교들이 경영하고 있다. 김 사장은 처음 피랍사실을 미군에 알렸다고 말했다가 나중에 AAFES에만 전달했다고 다시 뒤집었다.
그리고 김 사장은 대사관이 지난달 14일 미군 납품과정에서 가나무역에 져 탈락한 이라크 경쟁업체와의 갈등으로 직원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전달하는 등 20여 차례 경고했음에도 철수하지 않은 이유와 대사관에 4차례나 들렀으면서도 피랍사실을 알리지 않은 사유도 해명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시중에 떠돌고 있는 김 사장과 관련한 이중국적설, 미국 정보원설, 국정원 직원설 등 각종 루머들도 스스로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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