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독일월드컵의 판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제12회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가 4강을 확정 짓고 이제 결승전까지 3경기만 남겨 놓았다.지난 2월에도 한달 반 정도에 걸쳐 유럽축구연맹(UEFA)컵과 챔피언스리그를 관전했었다. 이번에도 ‘미니월드컵’으로 불리는 유로2004를 지켜보면서 현대축구의 새로운 흐름과 스타들의 명멸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를 맡는 바람에 27일 귀국, 4강전과 결승전을 현장에서 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현대축구의 흐름인 기술 체력 조직력에 스피드까지 갖춘 팀이 이상적인 강팀이라는 것이다. 이상형에 가장 근접한 팀을 꼽으라면 유일하게 4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체코다. 체력에 기술까지 겸비한데다 신예와 노장이 조화를 이룬 이상적인 팀이다.
네덜란드전에서 역전승할 수 있었던 것도 체력을 바탕으로 후반에 많은 골을 뽑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개개인의 개인기는 좋지만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최대이변으로 꼽히는 프랑스와 그리스의 경기는 프랑스의 세대교체가 늦었음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98년 월드컵 우승멤버가 주축인 수비라인은 노쇠현상이 뚜렷했고, 상대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하는 등 후반에는 체력문제까지 드러냈다.
프랑스가 강팀도 아닌 그리스에 패한 것은 미드필드에서 불필요한 패스가 많아 볼 소유 시간은 많았음에도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으로 연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스위퍼 시스템을 사용했고, 스토퍼에게는 상대 스트라이커를 전담마크시키는 옛날식 축구로 4강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나름대로 자국 특성에 맞는 축구를 정착시켰다는 인상을 받았다.
네덜란드와 포르투갈도 수비가 불안했다. 대체적으로 세대교체가 늦어 젊은 선수들의 스피드에 뒤처지면서 경기를 지배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잉글랜드와 독일은 둔탁하고, 덴마크와 스웨덴은 체력이 우수하고 스피드는 있지만 기술적인 면에서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독일은 우리나라 팀을 보는 듯 했다. 측면 크로스에 이은 헤딩 등 단조로운 공격 루트를 고집, 기술적으로 문제점을 드러냈다.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포르투갈에 비해 기술이 떨어지는데다 약팀에게도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단적인 예가 기술적으로 안정되지 못해 라트비아를 쉽게 공략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에 강한 팀에게는 저력을 발휘, 쉽게 지지도 않는다.
이번에도 스트라이커의 중요성은 재삼 입증됐다. 특급 골잡이가 있는 팀이 대부분 위력을 발휘했다. 현지 신문에서 ‘뉴펠레’라고 극찬한 웨인 루니와 체코의 밀란 바로스는 정말 대단했다.
중도 탈락한 팀을 보면 눈에 띄는 공격수가 없다. 스페인은 아직도 라울 의존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전통적으로 스트라이커가 많았던 독일도 스트라이커가 단 한골도 뽑아내지 못하는 빈공 속에 탈락했다.
허정무/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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