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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야 서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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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야 서울가자'

입력
200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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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화에 대한 평가는 보통 이런 순서다. 재미있다. 재미는 없지만, 가슴 뭉클한 뭔가가 있다 (울림이 있다). 가슴 뭉클함은 없지만, 감독의 패기만만한 뭔가가 있다(그래서 차기작이 기대된다). 패기는 없지만,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가 있다(역시 영화는 배우의 힘).이런 잣대로 요모조모 살펴봐도 ‘달마야, 서울 가자’는 아쉽다. 우선 1편 ‘달마야 놀자’의 왁자지껄한 스님 대 건달의 한판 대결구도가 오히려 속편의 올가미가 됐다. 스님들(정진영 이문식 이원종 양진우)과 건달들(신현준 유해진 이형철 김석환)의 갈등 및 화해 구조가 거의 동어반복에 가까울 정도로 전편을 답습했다. 묵언수행을 하는 스님, 해병대 출신 스님, 속세의 여성을 좋아하게 된 스님…. 전편이 없었으면 모를까, 획기적인 발상 전환이 없는 구조의 스님과 깡패의 대결은 어쩔 수 없이 식상하다.

이들이 펼치는 싸움의 소재 또한 평범하다. 훌라우프 더 많이 돌리기, 노래방 점수 더 많이 얻기, 폭탄주 더 많이 마시기. 이 정도 게임에 재미있어 할 관객이 많지 않을 것이다. 2002년 장편영화 감독 데뷔작 ‘아이언 팜’에서 주인공 차인표가 야심차게 선보인 철사장(鐵砂掌ㆍ뜨거운 전기밥통으로 정권 수련하기)의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육상효 감독은 또 한번 안이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었을지도 모르는 부분이 단조로운 TV 코미디처럼 보이게 했다.

드라마도 아쉽다. 노(老)스님의 유품을 전하기 위해 서울 무심사로 간 스님 일행이 로또복권 1등에 당첨돼 빚더미에 오른 절을 구하려 한다. 사부대중은 생각지도 못할 어떤 비범한 방책 대신, 스님들은 오로지 찢어진 로또복권 영수증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청테이프를 온 몸에 붙인 채 건물 옥상에 매달리고, 목 근육을 이용해 철근을 휘는 스님들의 모습이 재미있기보다는 애처로울 뿐이다.

1편은 스님도 싸움을 잘 해서 재미있었고, 깡패도 숨겨진 인간미가 있어 가슴 훈훈했다. “깨진 독에 물을 채우라”는 노스님(김인문)의 화두 풀기도 불교와 스님을 소재로 한 영화다운 무게중심을 잡아줬다. 그러나 ‘달마야, 서울 가자’에서는 이런 것들이 많이 없어졌다. 깡패는 무섭지 않고, 스님은 경건하지 않다. ‘장미빛 인생’ ‘금홍아 금홍아’ ‘축제’의 시나리오 작가로 화려한 명성을 쌓은 육상효 감독. 언제쯤 그 자신만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코미디를 들려줄 수 있을까. 15세관람가. 7월9일 개봉.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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