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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고구려 유적 세계유산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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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고구려 유적 세계유산 등록

입력
200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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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제28회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가 개막되었다. 7월 7일까지 계속될 이번 총회에서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점이다.고구려 문화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 문제는 최근 한국과 중국 사이에 발생하였던 고구려 역사 논쟁을 촉발시킨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작년 제27차 WHC 총회에서 북한이 신청한 고구려 벽화고분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이 보류되었는데 이것이 중국의 개입 때문이 아니냐는 추정을 낳았었다.

중국은 2001년 7월 북한이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한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2003년 1월 독자적으로 자국 내의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신청한 바 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28차 WHC 총회가 중국에서 개최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중국 쪽에 유리하게 결론이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문제와 관련된 갈등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여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문화 유적이 각각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는 방향으로 교통정리가 이루어지게 됐다. 고구려 유적이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의 영토 내에도 여러 곳에 분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나름의 합리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번 결정이 기존의 논쟁을 더욱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것인지 아니면 고구려사에 대해 좀 더 객관성을 담보한 학문적 연구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고구려사에 대한 작금의 논쟁은 단순히 과거의 사실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현재의 국가 논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구려사가 학문적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적 논쟁의 매개로 발전될 가능성을 증폭시킨 데에는 중국의 책임이 더욱 크다. 중국은 주로 변경 지역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을 중화민족이라는 정체성 속에 통합시키기 위한 필요 때문에 중국의 봉건 왕조와 소수민족의 관계를 모두 중앙정권과 지방정권의 관계로 기술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고구려사를 중국의 지방정권의 역사라고 주장한 것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

중국의 고구려사에 대한 태도는 논리적으로 보면 신라, 백제, 그리고 베트남 등 모든 주변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역사관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독자적인 정체성을 발전시켜왔던 다른 국가들의 감정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중국이 대국으로 발전하면서 국제 사회에서 가질 태도에 대해 우려를 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물론 3조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던 '동북공정'의 규모는 23억원 정도로 확인되었으며, 중국의 변경지역에 대한 일련의 연구계획의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구려사 문제를 새로운 역사전쟁으로 규정한 우리 측의 주장도 지나친 측면이 있다. 고구려사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이는 다른 국가 혹은 민족과의 전쟁이 아니라 실제로 과거의 역사를 얼마나 발전적으로 계승하는가에 달려있을 것이다. 과거의 역사를 현재의 특정한 정치적 목적에 종속시키려는 시도는 그 동안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갈등을 촉발시키고, 다른 지역보다 지역 내의 교류와 협력을 어렵게 해 온 중요한 원인이 되어 왔다.

이번 총회에서 처음으로 동일한 문화유적이 두 개의 국가로 나뉘어 등록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지역 내에 존재하는 갈등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양국에 걸쳐 있는 고대사에 대한 연구가 좀 더 학문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활성화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이라는 말 자체가 역사 및 문화적 자산에 대한 배타적 권리보다는 인류 공동의 자산이라는 점을 더욱 강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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