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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명분 약한 '파병철회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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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명분 약한 '파병철회 파업'

입력
200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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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인상과 주5일제를 위해서라면 파업을 할 수 있지만 파병철회 파업에는 동참하기 어려운 것 아닙니까."29일 민주노총의 이라크 파병철회 파업에 참가한 한 사업장에서 평소 열성파로 통했던 한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민주노총이 이날 파병철회 파업을 벌이자 상당수 조합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파병철회운동과 민주노총 파업 둘 사이에 도대체 어떤 관련이 있느냐는 의문이다.

민주노총 게시판에도 이 같은 조합원들의 불만이 쏟아져 들어왔다. 한 조합원(담여선생)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파병철회가 (노조에게) 절대절명의 명분이며 파업이슈로 삼는 게 올바른 것이냐"면서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의 활동에서 정서적으로 멀어져 갈 것"이라고 지도부를 질타했다. 다른 조합원은 "파병철회에 대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물은 적이 있느냐"며 "누구 맘대로 파병철회 파업을 정해서 '오버'하느냐"고 성토했다. 시민들도 "다시 1980년대식 정치 파업을 벌여서는 곤란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민주노총은 이번 파업에 들어가면서 "파병철회는 이라크에서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데 맞서는 생존권적 요구"라고 명분을 달았지만 아무래도 머리에 쏙 들어오는 답안은 아니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파병을 철회 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면 민주노동당을 통해 정치적으로 해결하거나 정당한 집회를 열어 결의를 보여주는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파병철회가 이수호 위원장 체제 이후 이를 악물고 자제해왔던 불법파업을 다시 시작할 만큼 노동자에게 절실한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지나치게 많은 것을 얻으려다 국민의 지지를 잃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일선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진황 사회1부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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