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간경화를 앓아온 아버지를 위해 두 아들이 함께 수술대에 올라 간의 일부를 기증하는 수술을 받는다. 전남 섬 주민 이금배(59)씨와 아들 중수(28) 경진(25) 형제 등 3부자는 30일 오전7시 서울아산병원 수술실에 나란히 누워 부자 간에 이식 수술을 받는다. 두 아들은 7시간씩 아버지는 15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이다.전남 신안군 안좌면 섬 마을에서 조그만 김 양식장과 염전을 운영하던 이씨가 몸에 이상을 발견한 것은 10년 전. 술 담배도 안 하던 이씨가 언제부터인가 기력이 떨어지고 얼굴 색도 검게 변해 병원을 찾았더니 B형 간염 보균자로 간경화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 후로 전남대 병원과 서울 원자력 병원 등을 오가며 치료를 받는 생활이 계속했지만 병원비와 지리적 여건 때문에 한 달에 겨우 1∼2회 치료를 받는 게 고작이어서 이씨의 상태는 갈수록 악화돼 갔다.
치료를 받던 원자력 병원에서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 늦기 전에 간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옮기라"는 의료진의 권유를 받고 지난해 7월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그 사이 가족들은 집과 논밭 등을 팔고 주변 친지들의 도움을 받아 8,000만원이 넘는 병원 수술비를 마련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식 받을 간을 빠른 시일에 찾아야 하는 문제였다. 관계기관에 문의해도 대기자가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답답한 메아리만 돌아왔다.
이에 부인 노순자(51)씨가 혈액 및 조직 검사를 받았지만 간이식 수술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이 나오자 결국 아들 형제가 나섰다. 동생인 경진씨가 먼저 간 이식 적합검사를 받았는데 이식할 수는 있지만 간 크기가 작아 혼자로서는 안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뒤이어 형 중수씨가 적합검사를 받은 결과 동생의 간 일부와 합해서 아버지 이씨에게 기증하면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아들들의 간 기증 이야기를 들은 이씨는 "자식들 가슴에 흉터를 내면서 건강을 회복하기는 싫다"며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했다. 그러나 부인 노씨와 아들 형제가 "수술시기가 늦어질수록 가족 모두의 불행이 커질 수 있으니 함께 수술을 받고 3부자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화목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설득에 뜻을 바꾸게 됐다.
경기 평택시에서 회사원으로 일하는 경진씨는 "수술을 위해 두달간 무급휴직을 신청했다"며 "우리 가족 모두를 위해 무사히 수술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으며, 형 중수씨도 "노령의 아버지에게 도움을 드릴만한 형편이 안 되는 게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부인 노씨는 "부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건강한 모습으로 온 가족이 함께 살 수 있게 되기만을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