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의 죽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한 개인의 비극일 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비극이라 하겠다. 이제 한국은 국제테러의 무풍지대가 아니다. 이번 사태를 냉철히 검토하여 미래의 재앙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섣부른 감정적 대응은 더 큰 화를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격분한 일부 시민들이 이슬람사원에서 난동을 부리는가 하면 어떤 이는 이슬람교에서 금기시 하는 돼지 피를 이슬람 사원에 뿌리겠다고 협박하고 나서는 형국이다. 이러한 국민 정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엄청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번 테러사태의 주범은 아부 무삽 자르카위가 주도하는 '타휘드 왈 지하드'(단결과 성전)라는 이슬람 테러단체이다. 이슬람권의 율법학자들은 이 조직이 무차별적인 테러행위를 일삼아 왔기 때문에 반 이슬람 단체로 규정한 바 있다.
이슬람은 테러행위를 금한다. 이는 코란 5장 32절에 명백히 계시되어 있다. "오, 이스라엘의 자손들이여! 무고한 사람 하나를 죽이는 것은 전 인류를 죽이는 것과 같고, 무고한 사람 하나를 살리는 것은 전 인류를 구원하는 것과 같으니라." 이들은 무고한 김선일씨를 처참히 살해함으로써 반 인륜적 행위를 범했을 뿐 아니라 스스로 이슬람의 율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테러조직을 이슬람과 동일시하여 우리가 이슬람에 대해 적대적 행동을 취하게 될 때 사태는 매우 어려워 질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국민들은 13억이나 되는 무슬림들과의 정면 충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슬람을 감정적으로 매도하여 또 하나의 문명충돌을 자초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자르카위의 '타휘드 왈 지하드'는 이라크 내부의 자생적 조직이 아니다. 이는 알 카에다와 연계된 국제 테러조직으로, 지하드라는 명분 하에 이라크 사태를 국제화하고 전 세계적으로 반미 저항전선을 구축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이들은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에는 관심이 없다. 이 조직이 김선일씨 뿐만 아니라 터키인, 파키스탄인은 물론 이라크 현지 주민에 대해서까지도 광범위한 테러를 감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최근 이 조직에 대한 이라크 자생적 저항세력들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수니파 지도자 사마라이, 시아파 저항세력의 주축인 알 사드르 등은 이들의 테러행위가 주권 이양기에 있는 이라크 내부 정정을 불안케 하여 미국의 장기 강점을 정당화시켜 주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 활동의 본거지인 팔루자의 수니 저항세력까지도 이 조직의 테러행위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따라서 이 조직을 이라크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로 파악하는 것은 커다란 오류이다.
이렇게 볼 때 김선일씨를 납치 살해한 '타휘드 왈 지하드' 조직을 이슬람이나 이라크와 연계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들을 알 카에다와 동일 선상에서 하나의 국제 테러조직으로 인식하고 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슬람을 적대시하고 추가 파병계획을 변경한다면 이들의 획책에 말려 들어가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 우리 모두 냉철한 자세로 현실 진단을 하고 절제된 모습으로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재앙에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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