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좌절감을 안기면서 양측간 감정의 앙금이 짙어지고 있다.28일부터 이틀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에서 시라크 대통령과 슈뢰더 총리는 이라크 문제와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문제 등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려던 부시 대통령에게 쓴맛을 안겨주었다고 서방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회담에서 시라크 대통령은 이라크군 훈련을 돕기 위해 나토군을 이라크로 보내야 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이라크는 나토의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프랑스 군은 이라크 영토에 절대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며 이라크 군은 로마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슈뢰더 총리도 훈련을 위해 독일군을 이라크 영토로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프랑스와 입장을 같이 했다.
반발이 강하자 후프 세퍼 나토 사무총장은 서둘러 '언제 어디서 그리고 어떻게 훈련을 할지에 대해서는 향후 논의하자'는 선에서 봉합해야 했다.
독일 공영방송 ARD는 "나토가 이라크군을 훈련시키는데 합의했다는 회담 성과는 그야말로 '쇼'"라며 "실질적으로 나토는 이라크 문제에서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시라크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터키의 조속한 EU 가입 필요성을 역설하자 "EU 문제는 미국의 일이 아니다"라며 "부시의 언급은 내가 미국과 멕시코간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과 같다"며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그는 이어 아프가니스탄에 나토의 신속대응군을 보내자는 부시의 제안도 거부했다.
ARD 방송은 "자신들의 생각이 옳음을 확인했다고 느끼는 이라크전 반대 국가들과 국내 정치적으로 큰 난관에 봉착한 전쟁 지지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더욱 뚜렷한 시각차를 노출시켰다"면서 "나토 내의 의견 접근은 부시 하에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베를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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