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분기부터 살아날 것으로 예상됐던 소비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설비투자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하반기 경제전망에 먹구름을 더하고 있다. 수출, 특히 반도체·영상음향통신·자동차 등 이른바 '반영자' 3개 수출 업종만 빼고 다 안 좋은 상황이다. 특히 현 경기의 종합성적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 전환 시점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모두 2개월 연속 감소해 우리 경제가 다시 하강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저성장구조의 고착화, 또는 경기가 짧은 회복 후 재하강하는 '더블 딥'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출 빼고는 다 안 좋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은 내수의 뒷받침이 없는 수출 호조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5월의 산업생산은 4개월째 두자릿수 증가세를 지속했고 평균 공장가동률도 81.3%로 높아 생산지표만 보면 회복세가 역력하다. 그러나 수출출하는 작년 동월 대비 28.7% 증가한 반면 내수출하는 1.3%포인트가 증가하는데 그쳐 수출-내수의 양극화를 반영했다.
소비는 오히려 감소했다. 할인점(6.3%)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백화점(-9.5%) 판매가 부진해 소매업 판매는 1.6%가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3개월만에 1.3%의 증가세로 반전됐지만 이는 작년 5월이 저조했던 데 따른 '바닥효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수출과 함께 경기를 지탱해온 건설투자의 경우 기성액은 9.4% 증가했지만 증가폭이 올들어 최저 수준이었고, 향후 건설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신규 건설수주는 24%나 급감해 작년 3월의 30.4% 감소 이후 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특히 공공부문 수주는 68.2%나 급감했다.
경기 재하강하나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현 경기와 향후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일제히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점이다. 이들 지표를 보면 작년 4·4분기 이후 지속된 경기 회복세가 지난달 꺾인 데 이어 침체상황이 더욱 심화하는 모습이다.
현장의 분위기는 더욱 비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3·4분기 산업활동 전망'에 따르면 절반 이상 업종에서 올 3분기 경기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같거나 오히려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내수업종은 내수침체 장기화로, 수출업종은 수출증가율 둔화와 채산성 악화로 경기회복 시기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행이 지난 1∼15일 중소제조업체 2,06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5월중 중소제조업 동향'에서도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한 업체의 비율이 37.3%로 4월보다 4.8% 포인트 높아졌다. 자금사정 곤란 업체의 비율은 1월 35.0%에서 2월 32.8%, 3월 31.1%로 하락했다가 4월 32.5%로 상승한 뒤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4분기부터 수출 증가세도 둔화할 것으로 예상돼 소비와 건설투자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이하다"고 질타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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