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신임 총리는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29일 바로 청와대에 들어가 노무현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 했다. 역대 어느 총리보다 많은 권한을 가질 뿐아니라, 대통령과 코드도 맞는 '실세 총리' 로서의 첫 걸음이다.행정수도이전 문제를 비롯한 내정, 그리고 외교안보 현안 등에 이르기까지 산적한 난제에 둘러싸인 노 대통령으로서도 이 총리의 취임은 든든한 원군의 등장이다.
이 총리는 이날 만찬 자리에서 30일 실시될 개각문제에 대한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각료 제청권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에는 이 총리 외에도 이헌재 경제부총리,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청와대 김우식 비서실장,김병준 정책실장,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이 총리는 내각을 통할하고 정책을 조정하는 고유업무와 함께, 정무기능을 떠 맡아 이중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여권과 야당을 설득하는 것은 물론, 당·정·청간 의사를 조율하는 것도 그에게 부여된 임무다.
이 총리는 인준표결에 앞서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 참석, "청와대 정무기능이 약해져 총리실에서 정무기능을 커버해야 하는 역할이 시급히 주어졌다"고 말해 추가된 임무가 노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임을 내비쳤다. 인준안이 통과된 뒤에는 대통령이 기대하는 것은 국정과제의 실행을 안정되게 잘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이에 역점을 둬야 한다"며 "야당에는 정책 설명을 통해 이해를 구하고 여당과는 당정협의를 통해 조율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정무 기능 강화다"라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그러나 30일로 예정된 개각과 관련한 각료 제청권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제청권 행사를 묻는 질문에 "충분히 대화하고 대통령의 취지를 살려서 제청해야 한다. 사전의 대화가 현실적인 제청행위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해 노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총리는 김선일씨 피살사건으로 인한 외교라인의 혼선과 이라크 파병문제, 경제위기,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을 둘러싼 검찰의 반발 등 국정 혼란 속에 참여정부 2기 내각을 이끌게 됐다.
이 총리는 이날 저녁 2시간 넘게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청와대 만찬을 끝내고 지역구인 서울 신림동에서 전·현직 보좌관 및 측근들과 맥주를 마시며 바쁜 하루를 마감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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