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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禍 모면한 한국작가 '행운의 그림'/아리랑 불어판 희곡 표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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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禍 모면한 한국작가 '행운의 그림'/아리랑 불어판 희곡 표지로

입력
200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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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씨의 소설 '아리랑'을 희곡으로 각색한 '분노의 세월'의 책 표지에 쓰인 그림이 화제가 되고 있다.출판인 브뤼노 드렝제씨가 소장중인 이 그림은 재불 여류화가 권선란씨가 1996년 그린 유화(제목 '무제'·사진). 드렝제씨가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 걸어두고 보다가 지난 2001년 9·11 테러 사건이 터지기 불과 며칠 전, 집으로 옮겨 극적으로 화를 모면했다는 것이다.

이 그림이 희곡 표지로 채택된 것은 각색자인 극작가 피에르 앙드레 테르지앙씨의 요구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곡의 한국어판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해냄출판사 관계자는 "9·11 사건을 소재로 한 시를 발표한 바 있는 테르지앙씨가 테러를 비껴간 이 그림의 운명적 상징성과 한국인의 작품이라는 인연에 주목, 지인인 드렝제씨에게 부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테르지앙씨는 희곡 각색 배경과 관련 "아리랑에 담긴 역사적 비극이 시대와 공간을 넘어 인류의 공분(公憤)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한 바 있다. 소설 '아리랑'의 불어판 교열을 맡았던 테레지앙씨는 전작 12권을 177쪽 분량의 희곡으로 각색, '한 민족의 핍박'이라는 원작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담아낸 것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으로도 번역될 예정이다.

해냄출판사측은 특히 이 '행운의 그림'이 희곡 판매에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각색자의 기대도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며, 다음 주 월요일 출간될 한국어판 희곡에도 이 그림을 표지로 채택했다고 전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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