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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장모님,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입력
200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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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사위를 항상 걱정하시고 따뜻한 애정으로 보살펴 주신 장모님은 올해 89세의 고령이시다.일곱 남매 중 자녀 둘을 잃는 등 파란만장한 생애를 살아오신 장모님은 1년 전 서울에서 부산 아들 집으로 옮기셨다.

어제 아내가 밤늦게 온 전화를 받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좀처럼 말문을 열지 않는 아내를 설득해 물어 보았다. 사연인즉 장모님이 약간 치매가 있어 예전에 하지 않던 행동을 자주 하셔서, 부산에 있는 처남이 몹시 힘들다고 한 모양이다. 그런데 아내와 나도 직장에 나가서 낮이면 항상 집이 비어있고, 그렇다고 모른 척할 수도 없고 해서 안타깝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처음에는 화가 많이 났다. 계속 서울에 계시다가 부산에 가신지 겨우 1년인데 '설령 어머님 모시기가 힘들어도 어떻게 그런 넋두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 생각한 나는 "장모님께서 황혼기에 치매로 자식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다 해도, 부담을 느끼거나 회피하는 것은 자식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아무리 핵가족화하고 개인주의적으로 산다지만, 자기를 낳아주신 부모님이 늙고 병들어 모시는데 고생이 되고 힘든다고 부모를 부담으로 생각하는 세태가 서글펐다.

자식들이 이런저런 핑계로 부모를 모시는 것을 회피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부부가 장모님을 모실 경우 아내와 나 둘 중 한 사람은 직장을 포기해야 한다.

나는 설령 한 사람이 직장을 포기해 경제적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부모를 모시는 것이 자식된 도리라 생각하고 아내에게 제안했다. "당신이 직장을 그만두고 장모님을 우리가 모시도록 합시다. 남은 여생을 편안히 보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봅시다. 아들만 부모를 모시란 원칙이 어디 있소. 딸이면 어떻고 사위면 어떻소…."

이렇게 해서 우리는 장모님을 모시기로 했다. 세상 모든 부모님들이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만, 늙고 병들면 자식들이 서로 모시지 않으려고 등을 떠미는 게 흔하다.

그래서 부모님들은 노후에 자식들 눈치 보며 외롭고 쓸쓸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부모님들의 이런 말로가 곧 머지않아 내자신의 모습이라 생각하고 부모님 은혜를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학록·경기 남양주시 평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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