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 대법원은 28일 테러 용의자로 미국에 의해 억류된 미국인과 외국인 모두 미국의 법정에서 억류 조치의 합법성 여부를 다툴 수 있다고 판결했다.이번 판결은 국가안보상의 문제와 개인의 자유가 충돌하는 사안을 두고 수 십년 사이 미 대법원에서 내려진 가장 중요한 판결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동시에 9·11이후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체포한 테러 용의자를 '적 전투원'신분으로 쿠바 관타나모 해군기지 등에 재판 없이 구금해온 조지 W 부시 미 정부의 대 테러 정책에 중대한 타격을 입힌 판결로 평가되고 있다.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은 2년 이상 관타나모 기지에 수용됐던 야세르 에삼 함디가 낸 소송에서 "우리는 국가의 시민권에 관한한 전시상황이 대통령에게 백지수표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도 다수의견을 통해 "이 국가가 국기에 의해 상징되는 이상에 부합하게 남으려면 독재세력의 공격에 맞설 때조차도 독재자의 도구를 휘둘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 시민자유연맹(ACLU)은 성명에서 "오늘의 역사적 판결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정부의 행동은 법의 지배를 넘어설 수 있다는 부시 정부의 주장을 강력하게 반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