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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기자의 고!/'옥에 티' 영화 현실만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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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기자의 고!/'옥에 티' 영화 현실만 하랴

입력
200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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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박해일 주연의 잘 만든 판타지영화 ‘인어공주’. 자세히 보면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대목이 있다.현재의 딸(전도연)이 스무 살 시절의 어머니(전도연 1인2역)를 만난 그 숨막히는 순간, 스물 세 살의 아버지(박해일)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그곳은 분명 제주도(실제 촬영은 우도)였다. 현무암으로 쌓은 돌담길, 넓은 쪽빛 바다, 뭍으로 전근을 간다는 아버지, 그리고 무엇보다 물질하는 해녀들…. 그런데 처녀 전도연도, 훗날의 어머니 고두심도, 모두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할리우드 재난영화 ‘투모로우’에는 이같은 ‘옥에 티’ 정도는 아니더라도 감독의 아찔한 무신경이 거슬린다. 자유의 여신상 턱밑까지 바닷물이 몰려온 후 꽁꽁 얼어붙은 뉴욕. 부자간의 뜨거운 정을 확인하면서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까지는 좋은데… 그 많은 얼음은 어떻게 되나?

인류의 환경파괴에 따른 지구의 복수를 섬세하게 다룬 영화가 해빙에 따른 제2의 재난에 신경을 끊은 것은 무슨 이유인지. 더구나 얼어붙은 곳은 뉴욕만이 아니라, 북반구 대부분이던데.

영화 속 ‘옥에 티’와 감독의 무신경은 이밖에도 수두룩하다. 단기 기억상실증을 서늘하게 그린 ‘메멘토’에서 주인공 레너드의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그의 기억력을 보충해주는 결정적 도구. 그런데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호텔 간판을 찍어도 맑은 하늘로 나오니 뭘 믿을 수가 있나. ‘쥐라기 공원’에는 백악기시대 공룡들만 나온다거나, ‘다이 하드’의 테러범들은 브루스 윌리스에게 맞아 입에서 피를 흘려도 언제나 입안이 깨끗하다거나….

그러나 이같은 오류를 잡아내는 일은 또한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영화는 판타지이기라도 하지만, 발 붙어 사는 우리세상은 온통 ‘옥에 티’에 무신경 범벅이 아닌가.

“AP통신 기자가 언제 누구에게 전화했냐”고 당당하게 따지다가 나중에 “실수는 했지만, 은폐는 안했다”고 발뺌을 하는 외교통상부 고위공무원이 바로 결정적 옥에 티가 아닌가. 먹을 것 갖고 장난치는 인간들을 발본색원도 못한 채 어영부영 숨어버리게 만든 우리의 무신경은 또 얼마나 위대한가.

김관명/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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