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군으로부터 주권을 넘겨 받은 '새 이라크'의 첫날 폭탄테러로 미군 3명을 포함 9명이 숨지는 등 여전히 치안불안의 암운이 가시지 않는 분위기였다.28일 현지 반응을 전하는 외국 언론들은 주권이양 소식이 알려진 직후 바그다드 거리에 정적이 흘렀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축하를 뜻하는 총성조차도 울려 퍼지지 않았다"며 "항상 혼란스럽고 거의 조용한 날이 없던 바그다드 거리가 공허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바그다드 주택가에서 미군 군용차량이 폭탄공격을 받아 미군 3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치는 등 저항세력의 테러공세는 계속 이어졌다.
주권이양에 대한 일반 이라크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바그다드 시민 아쉬잔 알 아쿨리는 "우리 지도자들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며 "폴 브레머 미 최고행정관은 떠났지만 그를 이은 사람들이 새 정부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카심 알 사브티도 "미군이 모두 떠나는 날이 진짜"라며 "당연히 난 아직도 점령당한 상태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라크 내에서 영향력 있는 수니파 성직자 단체인 '이슬람학자연합' 회원인 암둘 사타르 압둘 자바르는 알 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28일 있었던 행사는 이라크인과 세계를 기만했다.
이라크 밖에서는 각국이 이라크와 외교관계를 재개하는 등 환영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임시정부에 주권을 이양한 미국은 28일 1990년 단절했던 이라크와의 외교관계를 복원했다고 주 이라크 미국 외교단이 밝혔다. 프랑스는 1990년 내린 이라크와의 경제 교류 금지 조치를 철회하고 외교관계 재개를 추진키로 했고 러시아도 "임시정부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 시리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아랍국들은 외국 군대가 주둔하는 상황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면서도 이라크 주권회복이 전쟁으로 피폐해진 국가 재건과 안정을 위해 긍정적인 조치라며 환영했다. 쿠웨이트는 이날 주권이양 수시간 후 이라크와의 외교관계를 재개했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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