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장준하 사건에 대해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상당수 위원이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는 등 위원회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향후 출범하는 3기 위원회의 활동이 주목된다.의문사위는 28일 2기 위원회 31차 회의를 열고 "장준하가 사망 직전 100만인 개헌서명운동을 주도하는 등 살해 당할 동기가 충분했다는 점, '1975년 포천 약사봉에서 장준하와 함께 등산을 하던 중 그가 실족해 숨지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김모씨의 진술이 시간 전개상 비논리적이고 계속된 번복으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으로 미뤄 상당한 의심의 여지가 있지만 정확한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진상규명 불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의문사위는 특히 "2기 활동 종료 2개월 전인 5월1일에야 국정원이 814쪽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제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문사위는 전체 위원 7명 가운데 3명이 "시뮬레이션 결과, 단순 추락사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 사실 등으로 볼 때 공권력 행사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의문사위 특별법에 따르면 사건이 인정 결정을 받기 위해서는 민주화와 관련한 운동을 하던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의해 사망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의문사위 내부에서 논란을 빚었던 부분은 두 번째 조건. 소수의견을 낸 위원들은 75년 당시 검찰 조사 결과가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고 추락사했을 가능성이 없다는 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왔으니 만큼 '간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해 인정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 사안이므로 더 철저한 조사를 거쳐 '직접적인 사인'을 밝혀야 한다는 점 성급히 인정 결정을 내릴 경우 추가 조사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최종적으로 불능 결정이 내려졌다.
의문사위 관계자는 "장준하가 공권력에 의해 사망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한 위원은 거의 없었다"며 "다만 정확한 진실 규명을 위한 방법론을 둘러싸고 의견차이가 있었을 뿐"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장준하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은 향후 의문사위 특별법 개정을 통해 꾸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3기 의문사위로 넘겨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담당한 염규홍 조사1과장은 "3기가 출범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조사권만 있고 국정원, 기무사 등 일부 기관들이 비협조로 일관한다면 결론은 똑같을 수밖에 없다"며 "관련 기관들이 자료를 제출해 국민적인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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